마약 판매상들은 누구보다 큰 위험을 감수하는 '비즈니스 맨'이다.


네 명 중 한 명꼴로 살해되는 파리 목숨,시간당 3.3달러밖에 안되는 싸구려 삶,그러나 온갖 위험에 노출되면서도 다른 직업을 찾으려 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


2003년 미국의 '예비 노벨상'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받은 스티븐 레빗.그는 저널리스트인 스티븐 더브너와 함께 지은 책 '괴짜 경제학'(안진환 옮김,웅진지식하우스)에서 기발하고도 명쾌한 논리로 이 같은 질문에 대답한다.


갱단의 내부조직을 움직이는 힘이 무엇인지를 들여다보면 금방 눈에 보인다는 것.지부격의 보스가 되면 대략 연봉 10만달러를 받을 수 있고 서열 20위 안의 보스가 되면 연봉이 50만달러나 된다.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꿈이 조직의 모든 '똘마니'들에게 엄청난 인센티브로 작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마약판매조직은 자본주의 회사와 같다고 그는 설명한다.


그의 인센티브 개념은 스모 선수와 학교 교사가 왜 결정적인 순간에 승부조작과 시험 부정행위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하는데도 주효하다.


스모 선수의 승부조작 이야기는 10년간 281명이 벌인 시합 3만2000건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일본에서 상위 40위 안에 드는 스모 선수는 적어도 1년에 17만달러 이상을 번다.


그러나 70위 선수의 수입은 겨우 1만5000달러다.


그만큼 순위는 이들에게 '인생의 전부'다.


예를 들어 8승 이상이면 순위가 올라가는 대회의 마지막날,7승7패 전적으로 시합에 임하는 선수는 8승6패를 기록하고 있는 선수에 비해 훨씬 절박한 심정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럴 때 '인센티브'가 작용한다.


7승7패 선수가 과거의 시합에서 8승6패 선수를 이길 확률은 48.7%로 집계됐지만 실제로 대회 마지막날 이긴 확률은 79.6%나 된다는 분석결과가 이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는 또 '매춘부가 어떻게 평범한 건축가보다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쉽게 해결한다.


일자리의 인력 공급량은 임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그러나 어린시절부터 매춘부를 꿈꾸는 소녀들은 없다.


당연히 이 직종의 인력 공급은 적을 수밖에 없다.


건축가만큼 특수한 기술이 필요하지도 않지만 매춘부들의 수입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다는 아이러니가 이 대목에서 금방 풀린다.


이처럼 그는 사회경제학의 경계를 오가며 삶의 오묘한 원리들을 괴짜경제학이라는 프리즘으로 다양하게 비춘다.


그러면서 '세상의 숨겨진 이면을 보라'고 역설한다.


그가 복잡한 수치와 공식으로 가득한 이론보다 개인적인 호기심과 직관을 먼저 믿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경제학이 해답을 얻는데 유용한 도구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흥미로운 질문은 심각할 정도로 부족한 학문'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범죄율이 줄어든 게 치안강화보다 낙태완화 때문이라는 그의 혜안이 놀랍다.


상식과 통념을 깨는 천재경제학자의 시선을 따라 책갈피를 넘기다보면 경제학뿐만 아니라 세상살이의 숨겨진 열쇠가 곧 '인센티브'라는 이치를 깨닫게 된다.


304쪽,1만2000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