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식에서 임권택 감독은 `한국영화에 주는 상이라 생각한다'며 특별히 피에르 뤼씨앙씨에게 감사한다는 멘트를 했다. 프랑스 영화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피에르 뤼씨앙씨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를 유럽에 소개했을 뿐 아니라 그를 세계 영화 거장 반열에 올려놓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인물이다. 피에르 뤼씨앙씨는 한국영화를 세계에 전하는 역할도 했다. 프랑스 파테 배급사 소속인 그는 최근 임 감독의 영화 `하류인생'을 프랑스 파리에 단관 개봉했다. 영화 2편을 만든 감독이기도 한 피에르 뤼씨앙씨는 프로듀서, 배급자, 영화 페스티벌 프로그래머, 영화 기획자 등으로 일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 아시아, 호주 등 세계 영화를 잇는데 큰 공헌을 했고 특히 1970년대 초부터 아시아 영화를 유럽에 소개했던 선구자이기도 하다. 아시아의 신인 작가를 발굴하고 프랑스에 소개하는 그는 한국문화원에서 열리는 다양한 행사에도 자주 모습을 나타내는 친한파 중의 한 명이다. 피에르 뤼씨앙씨와 임 감독의 인연은 1980년 초반부터 시작된다. 그는 1일 동포신문 `한위클리'와 인터뷰에서 "1982년 만다라를 봤을 때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 뒤 1984년 길소뜸, 1989년 아제아제 바라아제 등을 보면서 임권택 감독에 대한 확신을 굳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1989년 낭트영화제에 `아제아제 바라아제'를 소개하러 임 감독이 처음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낭트로 가는 열차 안에서 임 감독과 조우했다. 피에르 뤼씨앙씨는 "임 감독은 매우 전통적인 사람이지만 영화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넓은 안목을 지닌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첫 인상을 얘기했다. 1990년대 들어 임 감독이 세계적인 영화 축제 등을 통해 많이 알려지면서 둘은 자주 만남을 가졌고, 영화 `노는 계집 창'이나 `춘향전' 제작시 편집 등의 분야에서 조언해 주는 관계가 됐다. 임 감독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한국 전통문화를 잘 보여주고 있는 작가"라며 "임 감독의 영화 속에는 한국의 정체성, 전통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가 깃들여 있다"고 평가했다. 프랑스에서 3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취화선'을 가장 좋아한다는 그는 "현재 한국영화는 기술적인 부분에서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다"며 "개인적으로 세계 영화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나라"라고 극찬했다. 피에르 뤼씨앙씨는 임 감독 외 이창동 감독을 비롯 홍상수ㆍ임상수ㆍ장선우 감독의 영화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세계 영화계에 좋은 모델을 보여주고 있는 한국영화가 계속 잘 나가리란 법은 없다"고 말한 그는 "스크린 쿼터제는 절대, 또 계속 지켜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ghw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