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의 홈페이지(sknetworks.com) 초기화면은 만화를 보는 것 같다. SK주유소,스피드메이트,스피드011,스마트,카스피,SK OK마트 등 10여개의 친숙한 브랜드 매장들이 어우러져 도심의 쇼핑몰을 연상케 한다. 정보통신,무역,에너지판매,커스터머 등 4개 부문으로 이뤄진 사업 모델은 다양하기만 하다. 올해 매출 14조6900억원,순이익 3061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는 SK네트웍스.끝없는 나락으로 빠져들던 1년8개월 전에 비하면 상전벽해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사실 SK글로벌(SK네트웍스 전신) 사태 이후 갑자기 찾아온 구조조정의 터널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채권단 공동관리 하에서 임직원들은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그런 시련 속에서도 임직원들은 '글로벌'과 '고객'이란 두 단어를 결코 잊지 않았고 마침내 이제 터널의 끝에 설 수 있게 됐다. 30일 SK네트웍스 을지로 사옥은 임직원들의 '의욕'으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2003년 말 1985%였던 부채비율은 500% 밑으로 떨어졌고,2007년 말로 예정된 채권단 공동관리 졸업 시점도 앞당겨질 전망이다.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SK네트웍스는 이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미 중국에는 깃발을 꽂았다. 베트남과 인도 시장의 문도 두드릴 예정이다. 국내에서 노하우를 축적한 주유소 및 충전소(3367개),단말기 대리점(1422개),자동차 경정비센터(332개),편의점(294개),패션매장(482개) 등을 해외로 가져가 현지 고객에게 '행복'을 안겨 주겠다는 것이다. ◆해외로… 해외로… 지난달 SK네트웍스엔 중국 선양으로부터 낭보가 날아 들었다. 선양시 교통국이 실시한 복합주유소 부지 12곳 입찰에서 CNPC(중국석유천연가스총공사) 를 제치고 사업자로 선정된 것.이번 낙찰은 단순히 주유소를 열 수 있는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주유소엔 가스충전소,경정비센터(스피드메이트),편의점(OK마트),스코피(디지털 사진 인화점) 등을 모두 넣어 한국의 복합주유소 모델을 중국에도 이식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SK네트웍스는 내년까지 선양에서 30개의 복합주유소를 여는 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엔 선양을 중심으로 반경 100km 이내의 대도시 전역으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전략도 세웠다. 정만원 사장은 "중국은 워낙 넓기 때문에 지역을 정해 진출해야 한다"면서 "국내 내수시장의 6배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동북 3성(랴오닝성,헤이룽장성,지린성)에서의 사업확장에 주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첫 단추가 끼워진 중국 사업을 필두로 베트남과 인도에서도 이 같은 사업모델이 가능성 있을 것으로 판단,진출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우리는 항공모함 선대" 투자여력은 충분할까. SK네트웍스의 지난해 매출은 13조6137억원으로 전년 대비 8.0% 증가했다. 경상이익은 무려 525% 증가한 4606억원을 기록했다. 실질적인 수익창출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를 제외하기 전 이익)는 2003년 2분기 534억원에서 지난 1분기엔 1209억원까지 치솟았다. 7분기 연속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 정 사장은 투자 여력과 관련,"실적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자비용을 제하면 연간 4000억원씩 투자 여력이 생긴다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투자 여력보다는 인재에 더 목말라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다양한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어 항공모함 선대에 비유할 수 있다"면서 "크고 작은 배를 이끌어 나갈 선장이 부족한데 앞으로도 더 많은 배를 띄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반영하듯 요즘 SK네트웍스엔 경력 직원 채용이 크게 늘고 있다. 또 '띄울 배'란 새로운 브랜드와 상품을 의미한다. 한국은 물론 중국 베트남 등 해외 시장에서 수십 개의 브랜드로 고객을 묶는 데 아직까지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 초엔 한국 일본 중국 유럽 미국 등에서 글로벌 패션브랜드를 동시에 론칭하기로 했다. 특히 중국에선 새로 개발한 패션 매장을 전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