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 감독의 공포영화 '분홍신'은 분홍신이 상징하는 여성의 탐욕과 그 탐욕이 빚는 저주를 그렸다.


분홍신에 대한 여성들의 집착은 남성을 유혹하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된다.


때문에 영화에선 분홍신을 소유하려는 다툼 외에 남자를 차지하기 위한 여성들의 암투에 관한 이야기가 다른 한 축을 형성한다.


그러나 소유욕은 상실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동반하게 마련이다.


이 영화에서 공포는 전통적인 연출 방식에 기대고 있다.


소녀의 발목이 잘리고 천장에서는 핏물이 쏟아진다.


피의 이미지들이 꿈과 연계돼 나타나는 양식은 현실감을 강화할 수는 있지만 낡은 표현양식이다.


'핸드 헬드 촬영'(들고 찍기)으로 등장인물의 격한 감정을 포착한 것이나 식탁 위의 살코기의 흉측한 측면을 잡아낸 솜씨는 뛰어나다.


화면의 흑백과 블루톤은 억압과 갈등이 혼재하는 이혼녀 내면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잿빛 화면에서 분홍신은 눈길을 확 끌어들일 만큼 유혹적이다.


그러나 원혼의 정체를 설명하는 과거사가 현재의 에피소드에 갑자기 끼어드는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


특정한 계기를 마련해 과거사를 드러냈더라면 관객들의 공감대가 더욱 커졌을 것이다.


이혼녀 역의 김혜수는 '건강미인'의 이미지를 버리고 상처입은 연약한 여성성을 무난하게 표현했다.


얼굴과 눈을 거의 덮을 듯한 헤어스타일은 그녀의 일그러진 속마음을 감추고 싶은 심리를 보여준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망울과 전율로 몸서리치는 얼굴표정에는 고립무원의 세상에 갖힌 비극적인 인물이 읽혀진다.


30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