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사상 처음으로 배럴당 60달러(WTI선물 종가기준)를 돌파하면서 석유시장의 관심이 이란에 집중되고 있다. 이슬람 강경 보수파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세계 원유매장량의 10%,원유생산 4위를 차지하는 이란의 석유정책이 근본적으로 바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란은 1979년 '2차 오일쇼크'의 진원지여서 원유시장의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1995년부터 에너지 개방정책을 펴온 이란이 폐쇄쪽으로 방향을 틀 경우 원유시장의 수급 불안감이 높아지고 유가 상승세는 더 가팔라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란에 진출한 외국업체들의 피해도 예상된다. ◆"이란기업에 원유개발 우선권 준다" 지난 24일 대선에서 승리한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는 취임 일성으로 "석유산업을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국내기업에 우선권을 주겠다"고 선언,에너지산업 개방정책을 전면 수정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란 국영 석유회사들은 이슬람혁명과 이란·이라크 전쟁 이후 침체된 에너지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1995년부터 유전과 가스전을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외국기업들에 개방했다. 개방 이후 외국기업들이 이란 에너지산업에 투자한 돈만도 150억달러를 넘는다. 이란이 하루 38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세계 4위국으로 발돋움 한것도 개방정책에 따른 외국기업들의 투자가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란이 다시 '에너지자원 쇄국주의'로 선회하고,OPEC 내에서 베네수엘라 등과 함께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경우 수급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유가 상승 압력도 한층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여기에 핵 문제를 놓고 미국과의 갈등이 심화될 경우 세계 석유매장량의 65%,거래량의 45%를 차지하는 중동지역의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유가급등을 부추길 가능성도 크다. 이란은 천연가스 보유량도 26조7000억㎥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1979년 이란의 이슬람혁명으로 촉발된 2차 오일쇼크 때에는 WTI 가격이 2년반 만에 배럴당 14달러에서 42달러로 급등했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이란 상황이 당시와는 다르지만 유가에는 상당한 부담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OPEC,이번 주 추가증산 나설듯 국제유가 급등을 진정시키기 위한 OPEC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쿠웨이트 석유장관인 셰이크 아흐 마드 파드 알 사바 OPEC 의장은 27일 "산유쿼터 하루 50만배럴 확대 방안을 이번 주에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회원국들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며 "공급부족으로 유가가 상승한다고 판단되면 하루 50만배럴 추가증산을 허용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알 사바 의장은 "지난주 회원국 석유장관들과 증산 문제를 전화로 논의했었다"며 "추가 증산에 나설 경우 사우디아라비아가 상당부분 기여할 것이며 아랍에미리트와 쿠웨이트도 약간의 증산여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OPEC은 지난 15일 빈 회의에서 7월부터 하루 산유량을 기존의 2750만배럴(쿼터기준)에서 2800만배럴로 늘리고,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추가로 하반기에 50만배럴을 확대하기로 합의했었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OPEC이 생산쿼터를 확대해도 실질적인 증산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어 고유가에 대한 우려는 지속될 전망이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