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 건국대 북문 인근의 편의점 ‘GS25’ 건국점. 이 점포 입구에는 ‘크레이지 세일’에 가까운 파격적인 세일 문구가 붙어 있다. 500원짜리 아이스크림 2개와 900원짜리 음료 한병을 합해 600원에 판매한다는 것. 또 점포내에 별도 세일 코너를 마련해 사이다 커피음료 주스 등을 40%까지 할인 판매하고 있다. 경기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대표적인 상품인 음료와 빙과류에도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연일 30도를 웃도는 찜통 더위가 계속되지만 음료·빙과 업체들의 매출은 작년보다 줄거나,기껏해야 제자리 걸음에 머물고 있다. ‘세일 사각지대’였던 편의점도 세일을 벌어야 할 정도로 업체들이 느끼는 분위기는 심각하다. 롯데칠성 해태음료 등 음료 업체들의 이달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15%가량 감소하고 있다. 주력 판매처인 동네슈퍼와 할인점 매출이 부진한 탓이다. 그나마 잘나가는 편의점도 매출 신장률이 이달 들어 뚝 떨어졌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불황을 가장 늦게 타는 음료에까지 불황여파가 미치고 있는 것 같다"며 "소비 심리가 위축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얼어붙은 모습"이라고 말했다. 빙과 업체들의 경우 사정이 다소 낫긴 하나 기대에는 훨씬 못 미치고 있다. 빙그레 관계자는 "이달 하순 이후 판매가 다소 회복돼 6월 매출은 작년보다 10%가량 증가할 전망"이라며 "그러나 무더위의 강도를 생각하면 30% 정도 늘어나는 것이 정상"이라고 말했다. 음료 빙과와 함께 여름 성수기를 맞은 맥주 업계도 별 재미를 못 보고 있다. 하이트 맥주 관계자는 "6월 매출은 전년에 비해 5%가량 줄어들고 있다"며 "불황의 영향이 예상보다 심각하다"고 밝혔다. 여름 대목 상품들이 팔리지 않자 커피전문점 패밀리레스토랑 할인점 등 모든 유통업체들에 비수기 비상이 걸렸다. 광화문 인근 한 인터넷 업체에 다니고 있는 남은희씨(30·서울시 약수동)는 아침마다 사들고 오던 테이크아웃 커피를 최근 딱 끊었다. 경기 회복이 어려울 것이란 얘기를 자주 듣게 되자 불필요한 소비는 줄이겠다는 생각에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인근 커피전문점들은 울상이다. 패밀리레스토랑들은 아예 이달을 '쉬어 가는 달'로 여기고 손을 놓은 상태다. 할인점 등 대형 소매점 매장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마트 은평점의 김문종 점장은 "올 들어 1~5월까지 매출신장률이 1~2%를 오르내리고 있다"면서 "이달에도 1% 내외에서 마감할 것 같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편 휴대폰도 덜 쓰는 추세다. SK텔레콤 KTF LG텔레콤의 1인당 평균 이용 요금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것.SK텔레콤의 경우 지난 3월 4만4377원에서 4월엔 4만3277원으로 1100원이나 줄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음성통화 대신 값이 싼 문자메시지를 많이 쓰는 데다 약정할인 무제한팅 등 할인 경쟁으로 1인당 평균 이용 요금이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창동·윤성민·박동휘 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