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씨 30도를 넘는 찌는 듯한 더위가 일찌감치 찾아온 뉴욕 맨해튼. 남부 23가와 렉싱턴 애비뉴가 교차하는 곳에 자리잡은 여성전용 헬스클럽 커브스에 6명의 여성이 경쾌한 음악과 지침에 맞춰 몸을 단련하고 있었다. 그다지 넓지 않은 이 클럽의 헬스 기구는 모두 11개. 여느 스포츠 센터와 달리 기구들은 아담하다. 기구 옆에는 쿠션 좋은 널빤지가 깔려 있다. 여성들은 음악에 따라 한 기구마다 30초 정도씩 근육을 단련한다. 그리고 옆에 있는 널빤지로 옮겨 또 30초 정도씩 에어로빅 동작으로 몸을 푼다. 그런 방식으로 11개의 기구를 다 마치면 한 라운드의 운동이 끝나게 된다. 이곳 회원들은 한 번 오면 보통 3라운드,30여분 정도 운동을 한다. 보통의 헬스 클럽은 공간도 넓지만 그 공간에 꽉 들어찬 육중한 기구들 때문에 초심자들에게 부담을 주는 경우가 많다. 운동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여성이나 나이가 많은 여성들은 특히 그렇다. 회원들은 10여개의 운동기구가 원형으로 배치된 곳에서 여성들끼리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며 재미있게 운동을 하게 된다. 벽면에는 거울도 없으며 뚫어져라 쳐다보는 남자도 없기 때문에 집에서 비디오 운동 프로그램을 따라 하는 것처럼 편안함을 느낀다. 친구들과 함께 30여분 만에 모든 운동을 마칠 수 있으니 혼자 할 때 느끼는 지루함도 없다. 늘 한 명의 트레이너가 운동량은 적정한지,심장 박동은 알맞은지를 항상 체크해 준다. 막 운동을 마친 메어리 바살로는 "일반 헬스클럽에서처럼 남자들 앞에서 주눅들 필요도 없고 트레이너가 항상 도와주기 때문에 매우 편하다"며 "일주일에 서너번 오는 것만으로 활력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곳 주인인 릭 커시오는 "보통 헬스 기구들은 운동하기 전에 자신의 몸에 맞게 조정부터 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며 "커브스의 헬스 기구는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유압식으로 작동되기 때문에 안전하고 부드럽다"고 설명했다. 맨해튼 23가와 렉싱턴에 이 클럽이 들어선 지 7년6개월이 됐는데 현재 회원은 400명에 달한다. 이 중에서 지속적인 운동으로 40~50㎏의 살을 뺀 성공 스토리도 많다. 커시오 사장은 "회원들이 만족하고 있다"며 "한번 이곳을 이용한 회원들은 다른 헬스클럽으로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자랑했다. 회원으로 가입하면 운동하는 방식부터 설명해주고 건강하게 살을 뺄 수 있는 식이 요법 안내 책자도 나눠준다. 맨해튼 임대료가 워낙 비싼지 샤워 시설은 없지만 깔끔한 탈의실과 간단한 화장도구까지 갖춰 놓고 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