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기업인과 나는 종이 한장 차이다."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3일 "경영인은 순간의 판단에 따라 엄청나게 결과가 다르다"며 이같이 말하고 "(김우중 회장에 대해) 너무 매도할 필요도 없고 미화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남아공 더반에서 열리는 세계상공회의소(WCC) 총회에 국제상업회의소(ICC) 회장 자격으로 참석중인 박 회장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김우중 회장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사법부에 맡기고 역사적인 판단은 역사가들에게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건희 삼성 회장처럼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으니 선처해야 한다'는 의견과 시민단체들이 제기하는 문제점들이 공존하고 있다"며 "평가를 위해서는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부동산 해법에 대해 "신도시 개발보다 강북 개발이 더 중요하다는 일부 청와대 인사의 판단에 공감한다"며 "특히 강북에 좋은 학교를 유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조금 더 넓은 집에서 쾌적하게 살려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라며 "수요가 많은 넓은 평수 주택에 대한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그러나 "부동산문제는 시장이 해결하도록 내버려둬야 한다"며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25.7평 국민주택 규모의 주택을 늘리는 일"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40평대 규모의 주택까지 모든 국민에게 제공한다면 60평,70평으로 계속 욕구가 높아질 것"이라며 "그같은 욕구를 정부가 모두 해결해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비교적 영어에 유창한 것으로 알려진 박 회장은 한편 "국제회의에 나와보면 (개인적으로도) 영어가 가장 문제"라며 "우리나라 교육이 국제화와 너무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WCC에서 주로 논외된 저소득층 국가 지원에 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GDP의 0.1%를 저소득층 국가에 지원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데 한국은 0.01%에 미치지도 않는 수준"이라며 "우리 경제 규모에 맞게 정부가 지원 규모를 빨리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