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전선 GP 총기난사 사건과 관련해 22일 유족대표 8명이 참관한 가운데 실시된 현장 재검증은 총격순서 등 범인 김동민(22) 일병의 당시 행적과 수사부실 논란으로 유족측이 항의하면서 중단됐다. 유족측은 "이날 GP에서 현장 재검증을 지켜봤으나 김 일병의 행적 재연이 국방부 수사결과 발표 때 제시됐던 순서대로 진행했다"며 "이에 따라 군 당국의 보강수사가 이미 했던 1차 수사와 다를 바 없다고 판단, 참관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오전 11시13분께 GP에 도착한 유족들은 간단한 헌화 및 종교의식을 가졌으며 이후 현장확인, 생존 장병 면담, 상황재연 순으로 진행됐는데 김 일병이 상황을 재연하던 중 조사가 부실하다는 항의를 받고 오후 2시께 중단됐다. 이날 유족들의 GP 현장 재검증 참관은 범행 동기, 사건경위, 당시 정황, 수사 상황 등에 대한 의혹 해소차원에서 이뤄졌다. 포승줄에 묶인 상황에서 30여분간 범행을 재연한 김 일병은 건강한 얼굴에 담담한 표정으로 연기하듯 총격상황을 재연해 새벽까지 조사를 받아 지친 모습의 생존 병사들과 대조를 보였다. 김 일병은 '왜 그랬느냐'는 유족의 질문에 "미워서 다 다 죽이려고 그랬다"고 태연하게 대답했으며, 범행재연 과정에서 유족들과 마찰은 없었다. 김 일병은 군 수사결과 발표 내용대로 내무반에 먼저 수류탄을 투척하고 소초장 김종명 중위와 상황실, 취사장에 있던 조정웅 상병에게 사격을 한 뒤 내무반으로 다시 돌아와 총기를 난사하는 행동을 연기하듯 재연했다. 생존 병사 14명 중 12명도 범행순서에 대해 같은 내용으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족들은 생존 부대원들과의 면담 등을 토대로 "김 일병이 소초장 김 중위와 조 상병을 먼저 사살하고 내무반으로 들어와 수류탄을 투척하고 동시에 총기를 난사했다"며 "여러 상황을 가정한 확정된 사항이 없는 수사내용을 어떻게 믿겠느냐"고 따졌다. 유족들은 현장 재검증이 중단된 뒤 연대 상황실로 이동, 군의 수사상황에 대해 설명을 듣고 범행동기와 범인 김 일병의 당일 행적, 사건 당시 주변 상황 등에 집중적으로 의혹을 제기하며 질의 응답을 벌였다. 유족측은 국군수도병원으로 돌아온 뒤 기자회견을 갖고 ▲현장참관 전면 거부 및 수사단장 교체 ▲국방부장관 및 육참총장 면담 ▲생존 소대원의 즉각 조문 실시 및 특별휴가 등 3개항을 요구했다. 이날 현장검증은 국방과학수사연구소 요원 4명을 포함한 군 수사요원 10명, 국가인권위 위원 4명, 당시 GP 근무병사를 포함한 장병 24명, 군종장교 6명 등 50여명이 지켜봤다. (성남=연합뉴스) 김경태 이준서 기자 ktkim@yna.co.kr 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