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02:14
수정2006.04.03 02:16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상 상한선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현재 연 3%인 미 연방기금금리가 이달 말 열릴 FOMC(공개시장위원회)에서 연 3.25%로 오를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인 가운데 어느 수준까지 오르는 것이 적정한지,또 언제 끝날지가 논란의 핵심이다.
일각에서는 FRB가 연 3.5%까지 금리를 올리되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다시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금리가 연 5%까지는 올라 가야 저금리로 인한 각종 부작용이 해소될 수 있다며 좀 더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주문하고 있다.
◆FRB 연말엔 금리 인하한다
세계 최대의 채권펀드인 핌코의 수석 펀드매니저 빌 그로스는 21일 "FRB가 오는 8월 금리 인상을 끝으로 올해 말이나 내년 초부터는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발언,금리 논쟁에 불을 붙였다.
그는 이날 시카고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FRB가 오는 30일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금리를 올려 연방금리가 연 3.5%까지 인상되겠지만 미국 경제의 둔화세로 이후에는 다시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로스는 "최근 미국 경제의 성장세를 감안할 때 연3.5%의 금리는 FRB가 올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이라며 "특히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동산 시장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도 연말께부터는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이 같은 주장은 "FRB의 금리 인상이 야구로 치면 8회에 와 있다"는 이달 초 리처드 피셔 달라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의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HSBC의 이코노미스트 이안 모리스도 "과거 ISM 제조업지수가 53~54 수준으로 떨어지면 FRB가 금리 인상을 멈췄다"며 이 같은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ISM 제조업지수는 올 들어 지속적으로 하락,지난 4월 53.3에서 5월에는 51.4로 떨어졌다.
◆'금리 계속 올려야' 반론
이에 반해 모건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는 FRB가 연방기금금리를 연 5%까지는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FRB가 미국 경제를 부양시키기 위해 인위적으로 초저금리 정책을 펴온 결과 낮은 저축률,경상수지 적자 확대,부동산 가격 급등 등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로치는 "현재도 FRB는 부주의하고 부적절한 금리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보다 빠르고 과감한 금리인상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현재 금리가 연 3%가 아닌 5% 수준은 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드워드 그램리치 FRB 이사를 비롯 FRB 내 일부 인사들도 금리가 연 4~4.5%까지는 인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램리치 이사는 "우리는 지금 금리 인상의 몇 이닝에 와 있는지 모른다"며 섣부른 금리 동결에 반대하고 있다.
그는 "노동비용 상승,부동산시장 과열,고유가 등의 여건을 감안할 때 FRB는 경기진작보다는 인플레 방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며 지속적인 금리 인상을 촉구했다.
◆불안정한 금융시장
FRB의 금리인상 기조에 대한 논란이 가열됨에 따라 금융시장은 불안한 모습이다.
당장 미국 금리의 기준인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연 4%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달 초 리처드 피셔 달라스 연방은행 총재의 '8회'언급으로 연 3%대로 떨어졌던 국채수익률은 이후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의 추가 금리 인상 시사 발언으로 다시 올라 연 4.10% 전후에서 움직였다.
그러나 금리 인하 가능성을 거론한 빌 그로스의 말이 전해진 21일에는 4.03%로 떨어졌다.
시장 관계자들은 단기적인 등락에도 불구,현재 국채 수익률은 아직도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FRB가 금리를 올리기 전인 지난해 6월 연 4.7%대였던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이 FRB가 금리를 2%포인트나 올린 현재도 연 4%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국채수익률이 계속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은 장기적으로 급격한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급격한 유가상승으로 인플레 압력이 높아질 경우 FRB의 공격적 금리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