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반 카이 베트남 총리가 베트남전 종전 30년만에 베트남 정상급으로는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한데 이어 조지 부시 미 대통령도 2006년 베트남을 방문할 것이라고 21일(현지시간) 카이 총리와 회담 후 밝혔다. 내달 11일 관계정상화 10주년을 맞는 양국 정상은 이날 백악관에서 회담을 가진 뒤 양국간 군사안보와 경제분야 협력 강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회담 중 백악관 인근 공원에서 옛 월남기를 흔들며 베트남의 민주주의와 인권 증진을 요구하던 베트남 출신 시위대 200-300명이 백악관 담까지 진출, 현 베트남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CNN은 부시 대통령과 카이 총리의 언론 발표 장면과 백악관 담밖 시위대의 시위장면을 한동안 나란히 비추기도 했다. 회담 후 부시 대통령은 카이 총리와 함께 언론에 회담 결과를 발표하면서 베트남이 내년 주최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길에 베트남을 방문할 것이며, 미국은 베트남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베트남의 테러와의 전쟁 협력과 "베트남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들(미군)"의 유해 발굴에 대한 협력에 사의를 표했다. 카이 총리는 정상회담 후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면담할 계획이다. 30년전 베트남전 때 적대국으로 싸웠던 두 나라는 최근 미 군함이 베트남 항구에 정기적으로 정박하고 미군이 베트남군 장교들에게 교육훈련을 실시키로 하는 등 군사협력 관계를 급속 발전시키고 있다. 양국의 이같은 군사안보 분야 협력엔 최근 부쩍 중국의 군사력에 대한 경계심을 표시하는 미국과 베트남전 종전 후를 비롯해 역사적으로 중국과 잦은 군사분쟁을 벌였던 베트남 양국의 대중 견제 전략이 작용하고 있다. 카이 총리는 이번 방미길에 베트남항공의 보잉 787 여객기 4대 구매계약 서명식에 참석하는 것을 비롯해 오는 24일 뉴욕 방문에선 뉴욕증권거래소 개장 벨을 울리는 등 미국과 경제협력 및 경제개방 정책의 지속 의지를 보여줄 계획이다. (워싱턴=연합뉴스) 윤동영 특파원 y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