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열전(1)] 中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런정페이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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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의 런정페이(任正非) 회장(61)은 '신비로운 기업인'으로 꼽힌다.
미국 유력 경제 전문 잡지인 포브스가 선정한 중국 갑부 5위에 오르는 등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언론과의 공식 인터뷰는 일절 거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성장 배경을 다룬 '화웨이 진상(華爲眞相)'이라는 책이 지난해 베스트셀러가 됐던 것도 이런 점이 작용했다.
그는 지난 4월에는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명'에 뽑혔다. 당시 중국 언론들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스티브 잡스 애플 회장,이건희 삼성 회장 등과 함께 어깨를 겨룰 기업인이 나왔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런 회장은 1988년 6명의 동업자와 함께 2만위안(약 250만원)을 갖고 통신장비 대리상으로 출발했다. 그는 농촌 시장을 먼저 차지한 다음 도시를 포위해 가는 '마오쩌둥'식 경영 전략으로 알카텔 지멘스 등을 제치고 중국 시장을 장악했다.
지금은 홍콩 중동 네덜란드 등에서 유럽 업체들과 맞붙어 3세대 이동통신 표준인 WCDMA 시스템을 수주하는 등 해외 시장에서 선진 업체들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타임이 "세계적인 통신장비 업체들이 가장 위험한 경쟁자로 꼽는 기업"이라고 평가할 정도다.
화웨이의 저력은 런 회장의 '기술 중시 경영'에서 나온다. 인민해방군 출신으로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한 그는 전군(全軍) 기술성과상 1등상을 받은 기술자다. 화웨이가 매년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에 쏟아붓고,직원 2만3000명 가운데 연구원이 1만명이 넘는 것은 런 회장의 기술 지상주의를 반영한다.
그는 사업이 잘 나가던 2001년 '화웨이의 겨울'이라는 글을 발표하고 대대적인 사업 조정에 나서는 등 위기관리 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현재 그는 이르면 올해 안에 시작하는 중국의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계기로 단말기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2월부터 3500여명의 연구원을 관련 기술개발에 투입했고 스리콤을 비롯해 NEC 마쓰시타 인피니언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글로벌 기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