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텃밭에 증권사 도전장 .. PB시장 고객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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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은행끼리 경쟁했지만 이제는 증권사와도 경쟁을 해야할 상황이다”(이지섭 하나은행 웰스매니지먼트 PB팀장)
“지금과 같은 저(低)금리 아래에서는 예금위주의 은행 PB(프라이빗뱅킹) 영업보다는 투자상품 중심의 증권사 PB가 더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김선열 삼성증권 Fn아너스 청담지점장)
전통적으로 은행 텃밭으로 여겨져 온 PB시장에 증권사들이 강력한 도전장을 던지면서 은행·증권간 부자고객 유치 경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증권사들은 30~40대의 뉴리치(new rich)그룹을 주 타깃으로 하면서 초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수단을 찾기 어려워진 40~60대의 기존 부유층을 파고드는 전략이다.
이에 질세라 은행들은 증권사 출신 PB(프라이빗뱅커)를 스카우트,투자상품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증권사 영역을 공략하고 있다.
◆PB 시장을 둘러싼 은행과 증권사의 경쟁.
한화증권은 작년 말 압구정동에 PB 점포를 낸 데 이어 이달 중순 서초동에 PB 점포를 추가로 오픈했다.
한화증권 관계자는 "예금이나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기존 부유층보다는 벤처기업 오너,전문직종사자 등 뉴리치 그룹이 주 타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 PB 영업의 선두주자인 삼성증권은 지난달 '전지점의 PB화'를 선언했다.
기존의 우수고객(1억원)뿐만 아니라 잠재 우수고객에게도 PB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메리츠증권은 최근 서울 여의도 본사에 PB센터를 개설,부자 고객을 대상으로 한 특화 영업을 시작했다.
증권사들은 특히 부유층 밀집지역인 강남권을 파고들고 있다.
독립된 PB 점포를 갖고 있는 삼성 한화 동양종금증권 등 3개사의 PB 영업점 11개 중 8개가 강남과 분당에 몰려 있다.
은행들은 증권사 PB의 공격적인 영업 확대에 대응,증권사 출신 PB를 스카우트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강남 PB 점포 투체어스를 오픈하면서 삼성증권 등으로부터 6명의 PB를 스카우트했다.
은행의 PB 고객들에게도 투자상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제일은행 등도 증권사와 투자상품 판매 경험이 많은 씨티은행 출신 PB들을 영입했다.
금융회사 간 PB 인력 유치전이 뜨거워지면서 PB들의 몸값도 치솟고 있다.
연봉 1억원을 웃도는 30대 중반의 PB들이 적지 않다.
◆경계가 무너지는 은행과 증권 PB
과거 은행의 PB 고객은 주로 40~50대 이상의 기존 부유층으로 이뤄졌다.
재산 규모가 수백억원대를 웃도는,이른바 '부(富)가 성숙된' 계층이다.
이들의 투자성향은 매우 보수적이며 따라서 투자대상도 예금 부동산 등으로 한정돼 있다.
이지섭 하나은행 팀장은 "재산을 불리기보다는 상속 증여 절세 등 재산 관리에 더 관심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증권사 PB 고객은 성공한 벤처기업 및 중견기업 오너,전문직 종사자 등 신흥부자들이 중심이다.
연령층도 은행 고객보다 다소 낮은 편.이들은 기존 부유층과 달리 재산을 불리는 데 더 관심이 많다.
따라서 여유자산을 주식 펀드 채권 등 투자상품으로 주로 굴리고 있다는 게 증권사 PB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은행과 증권사의 이런 고객 분류가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저금리가 심화되면서 기존 부유층 사이에서도 투자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건홍 한국씨티은행 압구정골드 지점장은 "은행 증권사 양쪽 다 거래하는 고객이 증가하고 있어 PB 경쟁이 과거 은행 간 경쟁에서 증권사로까지 확대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 PB 영업의 주 타깃인 5억원 이상 예금 계좌 및 잔액은 지난 2000년 말 3만9000개,89조원에서 지난 2003년 말 5만4000개,123조원으로 급증했다.
작년 말에는 그 규모가 6만개(150조원)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