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아 카하(Kia Kaha)' `마오리 전사'의 피를 물려받은 마이클 캠벨(36.뉴질랜드)이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추격을 뿌리치고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첫 승을 전통과 권위의 메이저대회인 US오픈 우승컵으로 장식했다. `키아 카하'는 마오리족이 난관에 부딪혔을 때 `강해지자'는 의미로 외치는 구호. 캠벨은 어릴 적 할머니로부터 노래로 전해들으며 꿈을 키워왔던 `키아 카하'를 기어코 실천했다. 캠벨은 한때 유럽 무대에서 정상을 넘봤으나 2003년 이후 팬들의 뇌리에서 잊혀 가고 있었다. 95년 유럽프로골프(EPGA) 투어에 데뷔, 통산 6승을 올린 지난 2003년 이후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 뉴질랜드 하우에라 태생의 캠벨은 EPGA 투어 데뷔 첫해에 브리티시오픈에 출전, 3라운드에서 선두로 나섰다가 마지막날 공동 3위에 입상해 세인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영광도 잠시, 고질적인 손목 부상에 시달리던 캠벨은 시드권조차 얻지 못하고 수년간 부상과 씨름하다가 98년 다시 시드권을 획득, 재기에 나선다. 절치부심한 캠벨은 2000년 EPGA 투어 린데저먼마스터스와 조니워커클래식, 하이네켄클래식을 휩쓸며 상금 랭킹 4위에 오르는가 하면 2001년 하이네켄클래식을 2연패 하는 등 최고의 시즌들을 보냈다. 캠벨은 2003년 아일랜드오픈에서 토마스 비욘(스웨덴) 등 2명과 벌인 연장 접전 끝에 2년만에 우승을 추가했다. 그러나 2004년 스코틀랜드바클레이즈오픈에서는 토마 르베(프랑스)에 눌려 아쉽도 준우승에 그치는 등 내리막길을 걸었고 올해는 무려 5차례나 컷오프를 당하면서 그저 그런 선수로 전락하는 듯 했지만 이번 우승으로 '대박'을 터트렸다. 92년 호주아마추어선수권대회에서 정상을 차지한 뒤 93년 프로에 첫 입문한 캠벨은 신장이 178㎝로 그다지 크지 않은 체격. 지난 96년에 결혼해 98년 첫 아이를 낳았고, 3승을 올렸던 2000년 둘째를 만들었던 캠벨은 자칫 골프 인생이 끝났을지도 모를 힘든 시기에 재기의 원동력이 됐던 것은 바로 `가족의 힘'이라고 말하고 있다. `캠보'라는 별명을 가진 캠벨은 자신의 별명을 딴 홈페이지(www.cambogolf.com)에서 `키아 카하'를 각인시켜 준 할머니 등 가족의 힘이 얼마나 소중했는 지를 팬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골프의 본고장'인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에서 1845년 뉴질랜드로 이주한 로건 캠벨이라는 귀족의 후손이라는 캠벨은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의 피가 섞였고 이날도 마오리 전사들이 몸에 새기는 전투용 문신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출전, 타이거 우즈의 '붉은색 셔츠의 공포'를 이겨냈다. (서울=연합뉴스) 이동경기자 hope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