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발생한 10명의 사상자를 낸 총기난사 사건에 대해 전문가들은 군 당국의 의식 변화와 이를 가능케 하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마련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어느 정도 강압성을 띠는 군대문화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일반 사회와는 다른 좀 더 세밀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또 인분사건 등 군내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수뇌부가 직접 나서 진화에 부심하며 숱한 대책들을 쏟아냈지만 이번 사건으로 그 때 뿐이었음이 증명됐다며 군내 최고지휘부의 진심어린 자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 군내 의식변화 절실 이번 사건은 근본적으로는 시대와 민간사회의 의식변화에 쫓아가지 못하는 상대적으로 `낡은' 병영문화가 빚어낸 참극이라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군내 의식변화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천주교인권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황학수 변호사는 "군 기강 사고든 인권문제로 인한 사고든 군내부 성원의 의식변화가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한 군 내부에서의 인권교육이 절실하다"고 강조하며 "제도적 뒷받침이 바로 이런 의식변화를 가능케 할 것"이라며 군인권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도 "군 내부의 조직적인 폭력과 왕따 등을 없애기 위해 병사는 물론 그들과 직접 접촉하는 하사관들이나 장교들에게 인권의식을 확실히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나라가 징병제로서 국민의 국가에 대한 의무만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국가부터 병사들도 국민이며 이런 국민보호 의무를 지닌다는 자세를 견지해야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황 변호사는 "병사의 의무만 강제되다 보니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국가는 개인적인 문제로 돌리려 한다"며 "우리처럼 징병제인 국가는 국가의 국민보호 의무라는 헌법상 대전제에서 국가책임도 함께 강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 수뇌부만의 대책은 안돼 그 동안 수많은 군내 불미스런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군 수뇌부가 내놓은 대책이 과연 군의 핵심인 병사 및 그들을 직접 지휘하는 현장 지휘자에게까지 제대로 전달됐는가에 대한 자성이 뒤따라야 문제해결의 열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박 상임활동가는 "군내 사고 발생 때마다 군의 발표로 한 번에 밝혀진 적이 없다"며 "사건을 축소은폐하고 그 속에서 대책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 같은 일을 방지하기 어렵고, 만들어진 대책도 하부에까지 제대로 전달되는 지도 의문"이라며 군 수뇌부의 특단의 대책을 요구했다. 윤순철 경실련 정책실장은 "재발방지책을 마련해도 상층부에서만 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며 "관련 지침이 말단 이병에게까지 정확하게 전달되고 철저하게 시행되는 지 수시로 점검하는 시스템 마련에 대한 의지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결국 이런 군내 문화가 청산되지 않는다면 병역기피나 국적포기에 대한 비난 명분도 그 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군내 폭력으로 인한 자살이나 총기살해 사건이 끊이지 않을 경우 입영연령에 있는 자녀를 둔 부모들의 심정이 얼마나 불안할 지는 자명하기 때문이다. 황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국민의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는 군이라면 최악의 경우 징집 거부 운동까지 일어날 수 있다"며 군 스스로가 이 같은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시스템 정비 시급 군내 사고가 발생했을 때 군 뿐아니라 민간 전문가들도 참여시켜 해결책을 찾는 동시에 병사들의 애로사항을 그때 그때 가감없이 수용할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 마련도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박 상임활동가는 "사건사고에 대한 진실 규명이 대책 마련의 전제조건이 되어야 하며 이런 의미에서 민간을 조사에 참여시키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대책을 수립하고 예하부대에서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 지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정책실장은 "우리나라 상황에서 군대를 가야 한다면 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목표와 자긍심을 심어줘야 하고 이를 가능케 하는 실질적인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한다"며 "상명하복이라는 사회와는 다른 틀에서 생활하는 만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상담 시스템을 만들고 일선에서 이를 실천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내려진 현장 지휘관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로는 결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점에서 군 수뇌부에 대한 강도높은 문책도 뒤따라야 한다는 점도 문제 해결의 한 방편이라는 점도 부각됐다. 윤 정책실장은 "지금의 군 상황은 장관부터 병사까지 의식을 뜯어고치는 게 절실하다"며 "현재 국방장관 아래서 연이어 군기사고와 인권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수뇌부의 책임지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