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따로 만난 사실에 큰 관심을 보이면서도 일단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대부분 "좋은 모양새가 아니냐"며 적잖게 기대감을 표시하는 분위기였다. 정 장관이 17일 오후 6시 노무현 대통령에게 면담결과를 보고하기 전까지 청와대는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대언론 설명의 창구를 정 장관으로 통일하는 등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김만수 대변인도 정 장관-김 위원장의 만남에 대해 "노 대통령이 중간중간 보고를 받았으나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의 대통령 보고 때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이종석 국가안보회의(NSC) 사무차장 등이 배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NSC라인을 통해 정 장관의 김 위원장 면담과 오찬 등을 곧바로 보고받았다. 정 장관은 NSC상임위원장 자격이 아닌 주무부처(통일부) 장관으로서 방북 및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보고했다. 청와대는 정 장관과 김 위원장의 회동에 대해 사전에 알지 못했으며,가능성 정도만 예상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핵심 관계자는 "정 장관 편에 적어도 노 대통령이 문서를 만들고 서명해 보낸 것은 없었으며,회동과 관련해 훈령 등을 보낸 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장관은 김 위원장을 만날 것에 대비해 '문서화된 메시지' 외에 최소한 노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가지고 갔고,이를 전했을 것이 확실시된다. 청와대도 이에 대해서는 적극 부인하지 않았다. 정 장관이 전한 노 대통령의 구두메시지는 △6자 회담에 조기 복귀 △김 위원장의 답방 등 남북 정상회담에 관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 장관이 김 위원장을 만난 뒤 바로 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것은 간접적으로 정상회동을 한 만큼이나 다가선 것 아니냐"고 해석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