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사장 김용진)이 산하 예술단체 단원들의 기량을 등급화해 일정 비율로 나누는 상대평가제를 노사합의 없이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노동조합은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이 지난해 말 노사합의한 단원평가제를 무시하고 강제할당 상대평가제를 새로 실시하려 하고 있다"며 사측이 지난 4월 각 예술단체에 보냈다는 평가지침 문서을 공개했다. 세종문화회관은 산하에 서울시립교향악단과 국악관현악단, 무용단, 뮤지컬단, 합창단, 극단, 오페라단, 소년소녀합창단, 청소년교향악단 등 9개 예술단체를 거느리고 있다. 노조가 공개한 문서에 따르면 세종문화회관은 '2005년 제1차 예술단체 단원평가 실시'라는 계획 아래 다음달 말까지 예술단원들에 대한 예능도 및 개별 실기평가를 실시하고, 8월 초에 평가결과 처리를 위한 인사위원회를 여는 것으로 돼 있다. 단원평가 대상 단체는 국악, 무용, 뮤지컬, 합창, 극단 등 5개로, 재단법인으로 출범한 교향악단과 상근단원이 없는 청소년교향악단, 소년소녀합창단, 오페라단은 제외됐다. 평가방법은 '강제배분식 상대평가제'로서 단체별로 단원들을 4개 등급으로 구분, '탁월' 10%, '우수' 20%, '보통' 50%, '미흡' 20% 비율로 나누도록 돼 있다. 특히 평가지침 문서에는 '전 단원을 문제단원으로 지적해 예능도 평가를 실시할 것' '문제가 있는 단원들에게 11점을 감점할 것' '6월 30일까지 단원평가에 대한 가시적인 효과가 없으면 교향악단처럼 서울시에서 특단 조치가 있을 예정' '이행의지가 부족한 단장에 대해 임금삭감 또는 계약해지 조치' 등의 강제 문구까지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노조 측은 "노사합의한 단원평가제가 있는데도 이를 무시한 채 강제 상대평가를 하겠다는 것은 평가제를 악용해 단원들을 해고하려는 의도"라며 "온갖 협박과 통제로 노사협약 뿐 아니라 예술단체의 기본 운영질서마저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세종문화회관 강동훈 총무부장은 "지난해 노사합의로 나온 단원평가제를 기본적으로 따라야 하지만, 공정성 문제 등 미흡한 점이 드러난 것이 사실"이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노조와 재협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강제적으로 상대평가제 추진을 지시한 것이 아니라 각 단체에 자율적으로 맡긴 것"이라며 "시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예술단체로 거듭나고자 평가제를 하는 것이며, 이 과정에서 공식적인 평가지침이나 강제사항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y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