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방송사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이 더위에 맥을 못 추스리고 있다. 시청률이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기록해 올 여름 내내 고전할 전망이다. 지난 11일 AGB닐슨미디어리서치가 발표하는 일일 시청률 20위권 조사에서 고작 8.6%에 불과한 SBS TV 'SBS 8뉴스'가 20위를 차지했다. 20위권에 한자릿수 시청률을 가진 프로그램이 무려 7개나 들어있는 것. 이날 최고 시청률은 23%를 기록한 KBS 1TV 대하사극 '불멸의 이순신'이 올랐다. 1위 프로그램이 20% 중반대도 넘지 못한 것이다.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MBC TV '내 이름은 김삼순'이 31.2%를 기록한 지난 9일에도 MBC 일일극 '굳세어라 금순아'와 월드컵 최종 예선 '한국-쿠웨이트'전만이 20%를 넘었을 뿐 대부분 10%였다. 이날 역시 20위에 8.6%를 기록한 KBS 1TV '뉴스라인'과 KBS 2TV '무한지대Q'가 올라 있다. 더욱이 최근 인기 드라마들이 종영한 주말에는 눈에 띄는 프로그램이 없을 정도다. '부모님 전상서'(KBS2), '그린로즈'와 '토지'(SBS) 등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끝나며 이들을 잇는 화제작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KBS 2TV 새 주말극 '슬픔이여 안녕'은 첫 방송이었던 11일 16.3%를 기록했다. 첫 시청률치고 나쁜 편은 아니지만 전작이 30%대를 유지했던 바람에 낙폭이 커보인다. MBC 주말극 '사랑찬가'는 한자릿수 시청률에서 여전히 맴돌고 있다. SBS 새 주말극 '그 여름의 태풍'도 10% 초반에 머물고 있어 20% 후반대의 안정된 시청률을 보였던 '토지'에 비하면 고전중. '그린로즈' 후속인 '온리유'도 10% 초반대에 그치며 별다른 이슈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은 드라마보다 더 처참한 상황을 맞고 있다. 11일 '연예가 중계'가 불과 15.5% 시청률로 4위를 기록, 예능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자랑했다. 가장 경쟁이 치열한 주말 오후 6~8시대에 대부분 10% 초반에 머물러 있는 것. 특히 MBC는 토요일 이 시간대 프로그램이 모두 한자릿수를 기록해 경쟁력에서 확연히 밀리고 있다. 야외 활동 시간이 늘어나는 여름이면 시청률이 떨어진다고 분석돼왔으나 올 여름은 아직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기 전부터 TV 이탈 현상이 더 분명해보인다. 경기가 불황일 때는 TV 보는 시간이 많아진다는 속설조차도 무색해지는 현상이다. 이 같은 현상은 우선 인터넷, 모바일, DMB 등 다양해진 매체 환경 변화에 기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젠 TV만이 정보와 오락 기능을 담당하지 않는 세태가 된 것이다. 한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시청자들의 기호가 늘 빨리 변화하는데 요즘에는 방송매체뿐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엔터테인먼트를 접해 TV에 별 매력을 못 느끼는 것 같다. 드라마만 해도 인터넷 다시 보기 횟수를 시청률과 별도로 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물론 계절 탓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30%를 넘는 프로그램이 자주 등장할 정도로 TV에 빠져 있는 게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현상일 정도로 TV에 집중하는 시청자들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라며 "그렇다 해도 만드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흥행작의 시청률 기준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아 걱정이다"고 밝혔다. 한두 편의 화제작을 제외하고 전반적인 시청률이 하락세인 현상이 단순히 여름철 일시적 현상인지, 아니면 계절에 상관없이 지속될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