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은 괴로웠겠지만, 저는 즐겁게 찍었습니다." 다음달 1일 '와니와 준하' 이후 자신의 두번째 장편 '분홍신'(제작 청년필름)으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인 김용균(36) 감독이 9일 오후 홍대앞의 한 카페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공포영화 연출의 '독특한' 재미를 털어놓았다. 김혜수와 김성수가 호흡을 맞춘 '분홍신'은 죽음을 부르는 분홍색 신발에 대한 이야기. 구두를 모으는 게 취미인 의사 선재(김혜수)는 어느날 지하철역에서 주인이 없는 분홍신을 발견해 집으로 가져오고 이후 이 신을 신은 후배가 발목이 잘린 채로 죽어 나가면서 공포에 떨게 된다. 아무리 버리려고 해도 어느새 다시 돌아오는 분홍신. 인테리어 디자이너 인철(김성수)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죽음의 위협은 선재와 그녀의 딸 태수(박연아)의 곁에 성큼 다가온다. 김 감독은 영화의 예고편 상영에 이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에 "배우에게 극단적인 공포를 요구했기 때문에 연기자들은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야 했을 것"이라며 "공포영화며 배우들은 연기하기가 힘이 들었을 것이지만 이를 지켜보는 감독은 대단히 즐거웠다"고 말했다. 이어 "공포영화의 연기는 배우들의 몫이 크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에서 김혜수와 김성수의 연기를 지켜보는 게 즐거웠다"고 설명하며 "'분홍신'을 통해 그동안 못보던 이들 두 배우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될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한편 김 감독은 영화의 제목에 대해 "제작사로부터 연출을 제안받고 제일 눈에 띈었던 것이 제목이었다"며 "촌스러우면서도 신비스러운 뉘앙스를 지닌 분홍이라는 색과 구두가 갖는 여성성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잘 만들면 풍부한 영화가 나올 수 있겠다 싶었다"고 설명했다. 또 기존의 공포영화와의 차별점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일본이나 할리우드 등에서 기존에 잘 만들어진 공포물들의 영향이 은연 중에 있을 것이며 장르영화이니 만큼 기존의 관습을 어느 정도 따랐지만 동시에 기존의 요소들에서의 변주가 신선하고 재미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