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염동연(廉東淵) 상임중앙위원은 8일 상임중앙위원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염 상중위원은 이날 오전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통령 주변 인사들에 대한 음해와 악의적 공격으로 정권의 도덕적 기반을 훼손하고 레임덕을 조기화하려는 불순한 기도가 진행되고 있다"며 "이런 각박한 정치환경에서 측근이라는 업보를 숙명처럼 가질 수밖에 없는 저로서는 한발 물러나 백의종군하는 길이 현명한 선택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염 상중위원은 회견을 통해 "지난 전당대회에서 국민과 당원 여러분이 저에게 부여한 책무를 끝까지 완수하지 못하고 도중에 사퇴하게 됨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저의 사퇴는 안팎의 시련에 직면하고 있는 대통령과 당의 어려움을 덜고자 하는 순수한 충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최근의 정치상황에 참으로 깊은 비애를 느꼈다"고 말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측근과 참모조직에 대한 비판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 사퇴의 한 배경임을 시사했다. 노 대통령 당선에 공헌을 세운 호남지역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염 상중위원은 지난 3일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가 대통령 측근과 사조직의 부패 가능성을 언급한데 대해 "이 총리가 경거망동하고, 총리로서 단정하지 못하다"고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서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그는 또 "당이 소모적인 노선논쟁으로 상처받고 있는 상황에서 저의 의지와 무관하게 노선논쟁의 한쪽 끝 대척점에 서있다는 사실에 커다란 부담을 가졌다"면서 "당이 국민에게 안정감을 주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제 자신부터 반성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염 상중위원은 "이 모든 상황에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상중위원직을 사퇴하고자 한다"면서 "하루빨리 경제가 회복돼 국민의 생활이 나아지고 당이 안정적인 국정운영의 주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염 상중위원은 회견문 낭독후 "전당대회때 당내 통합을 이루고 정통민주세력의 결집을 통해 정권재창출을 해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두달 여 동안 지켜보면서 저의 역할이 그와 같은 희망을 키우기에는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다"고 말한뒤 곧바로 자리를 떴다. 불과 두 달 전인 지난 4.2전당대회에서 2위로 선출된 염 상중위원의 사퇴는 당 안팎에서 전혀 거론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이어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염 상중위원의 사퇴로 문희상(文喜相) 의장에 이은 의장 승계권이 3위 당선자인 장영달(張永達) 상중위원에게 넘겨졌다. 또 실용파로 분류된 염 상중위원의 사퇴로 선출직 상중위원은 5명에서 4명으로 줄었고, 문 의장과 장영달, 유시민(柳時敏) 한명숙(韓明淑) 상중위원이 각각 실용, 재야, 개혁당파, 중도파를 대변하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