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趙兌烈) 주제네바대표부 차석대사가 6일(현지시간) 권위를 인정받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분쟁 패널 의장으로 선임됐다. WTO에 따르면 수파차이 파닉차팍 WTO사무총장은 호르몬 처리 쇠고기의 수입금지 조치를 둘러싼 유럽연합(EU)과 미국, 캐나다 3개국의 분쟁을 심의하기 위한 패널의 의장에 조태열 대사를 이날 공식 임명했다. 한국인이 WTO 분쟁 패널 위원에 참여한 경우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있었으나 일종의 재판장 역할에 해당하는 패널의 의장직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WTO가 기구 출범 이후 제기된 가장 비중 있는 분쟁중의 하나를 조 대사에 맡긴 것은 조 대사의 능력을 높이 산 때문. 조대사는 지난해에 온두라스와 도미니카 공화국간 담배분쟁에서 패널 위원으로 활동했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한국의 이해가 걸려 있는 다수의 WTO 분쟁에서 한국 정부대표로 참여한 적이 있는 정통파 통상분쟁 전문가. 특히 1999년 미국이 제소한 인천공항건설공단조달 관련분쟁에서 한국이 승소하는데 중심적 역할을 한 바 있다. 당시 분쟁은 미국이 특정국을 WTO에 제소했다가 패소한 드문 사례의 하나였다. 조 대사는 주제네바대표부 참사관, 주미대사관 경제참사관, 외교통상부 지역통상국장을 거쳐 금년 2월에 주제네바대표부에 차석대사로 부임했으며 지난 3월에는 WTO 정부조달위원회 의장으로 선임되어 활동하고 있다. 조 대사가 부임한 지 불과 한달만에 WTO 산하기구 의장직을 맡게 된 것은 그를 눈여겨 본 미국측의 강력한 천거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패널 의장으로서 처리할 사안은 EU와 미국, 캐나다의 핵심적 이해관계가 걸려 있을 뿐만 아니라 1996년부터 시작된 이래 10년 가까이 해결되지 않고 있을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다. 분쟁은 지난 1996년 미국과 캐나다가 호르몬으로 성장을 촉진한 쇠고기 수입을 금지하는 EU의 조치를 WTO에 각각 제소, 패널 및 상소기구(2심에 해당)에서 승소 판정을 받으면서 점화됐다. EU는 패소에도 불구하고 이행을 미루었고 결국 미국과 캐나다 양국은 1999년부터 각각 보복조치를 WTO 분쟁해결기구에서 승인받아 지금까지 시행해 오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는 EU가 지난 2003년 호르몬 처리 쇠고기 수입금지 조치에 대한 규정을 개정하고 보복조치 철회할 것을 요청한 데 대해 EU측의 조치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응하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이에 따라 EU는 지난해 11월 미국 및 캐나다의 보복조치를 WTO에 제소했고 규정된 절차에 따라 올해 2월에 패널 구성이 결정됐었다. 조 대사가 의장에 선임됨에 따라 패널은 본격적인 심의 절차에 들어가게 되며 빠르면 내년 상반기 중에 판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패널 판정은 미국 및 캐나다가 EU에 대해 시행하고 있는 보복조치의 존속 여부, 그리고 EU의 호르몬 처리 쇠고기 수입금지조치의 정당성 여부를 가리고 향후 유사한 사례에 참고가 될 일정한 준거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제네바=연합뉴스) 문정식 특파원 js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