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인 방법과 경험 없이 맹목적인 명분과 의욕만 앞섰을 때 그 결과는….'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인 행담도 개발 의혹 사건의 당초 명분은 외자(外資)유치에 있었다. 그것도 1999년 외환위기 직후 온 나라가 외자에 목말라했을 때 도로공사의 행담도 개발사업은 아무도 반대하기 힘든,외자유치 프로젝트의 하나로 추진됐다. 그러나 당시 뉴욕 런던 등에서 벌어진 투자설명회에서 이 프로젝트는 투자자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다. 그러던 중 싱가포르에서 만난 투자기업 이콘(Econ)은 구세주에 다름아니었다.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것도 어쩌면 당연했다. 외자 유치 실적이 급했던 도로공사가 행담도 인근 해수면 매립 허가 및 진입도로 개설과 대출 담보 제공 등을 약속하는, 지금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개발협약'을 이콘측과 체결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도로공사는 지난해 이콘의 자회사이자 행담도개발㈜의 최대주주인 EKI에 채권 발행때 지급보증하는,문제의 '자본투자협약'을 맺기도 했다. 문제는 행담도 개발을 둘러싼 과욕과 명분 집착이 여기서 그치치 않았다는 데 있다. 정찬용 청와대 전 인사수석은 2003년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개발소외지 서남해안 개발 프로젝트를 구상해보라는 지시를 받는다. 이후 이 프로젝트와 관련,김재복 행담도개발㈜ 사장을 소개받은 정 전 수석은 개인 주도사업인 행담도 개발과 공공사업인 S프로젝트를 혼돈하고 만다. 문정인 전 청와대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도 마찬가지였다. 청와대 실세들이 눈뜬 장님처럼 행담도 개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게 되면서 '첫 단추를 잘못 낀 계약'을 뒷마무리하는 데 고심하던 도로공사로서는 이제 '윗분'들의 눈치만 볼 뿐 다른 방도를 찾기 어렵게 돼 버렸다. 이처럼 행담도 개발 사건은 한마디로 실무 능력과 경험 없이 의욕과 명분 만이 앞섰던 공기업 담당자들과 현 정부 실세들이 빚어낸 참담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감사원은 이번 사건이 국민들의 의혹을 받고 있는 만큼 한점 의혹 없이 철저한 감사를 벌여야 할 것이다. 김수언 사회부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