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지출 효과없다..1兆 풀어도 GDP 0.1%도 못늘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외환위기 이후 정부 재정지출의 경제성장 기여 효과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내수 부양을 위해 정부가 추가경정예산(회기 중 편성되는 추가 예산) 편성 등 추가적인 재정 투입을 하더라도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란 지적이다.
2일 한국은행은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 지출을 1조원 늘리면 외환위기 이전에는 국내총생산(GDP)이 0.33% 증가하는 효과가 있었으나 지금은 0.04∼0.09% 증가에 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추정은 한은이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의 구조변화 요인들을 반영해 새로 구축한 분기 거시계량경제 모형인 'BOK 04'의 분석에 따른 것이다.
2000년 가격을 기준으로 구축된 이 모형에 따르면 재정에서 경상지출을 1조원 늘릴 경우 다음 연도에 GDP는 0.04% 증가하고,자본지출을 1조원 늘리면 GDP는 0.09%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1995년 가격을 기준으로 한 종전의 거시계량경제 모형인 'BOK 97' 모형에서는 재정지출 1조원 증가에 따른 GDP 증대 효과가 0.33%였다.
과거에는 경제성장률을 0.33% 높이려면 재정을 1조원만 투입하면 됐지만 이제는 5조원 이상을 쏟아 부어야 하는 셈이다.
박양수 한은 조사국 모형개발반장은 "경제 규모 자체가 커졌기 때문에 일정 수준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재정지출 규모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기 회복을 위해선 정부가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재정 확대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규제 완화와 감세 등을 통해 민간의 소비와 투자를 적극 유도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외환위기 이전의 분석모델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 상승하면 GDP가 0.05% 증가했으나 새 모형에서는 GDP 증가율이 0.07%로 커졌다.
원·달러 환율 1% 상승에 따른 경상수지 증가액도 과거 모델에서는 1억7500만달러였으나 새 모형에 의하면 5억3000만달러로 늘어난다.
콜금리의 경우 0.25%포인트 인하될 경우 GDP가 0.09% 증가하고 물가상승률은 0.06%포인트 높아지는 반면 경상수지는 2억8000만달러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또 국제유가가 1% 상승하면 GDP는 0.02% 감소하고 물가상승률은 0.02%포인트 올라가며 경상수지는 1억1000만달러 악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