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사장 출신의 황영기 우리은행장은 삼성그룹 경영진 가운데 장관직 제의를 받는다고 해도 응할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의 한국투자포럼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황 행장은 1일 뉴욕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우리은행의 업무 현안은 물론 한국 사회 전반의 쟁점에 관해 비교적 스스럼없이 의견을 털어놨다. 황 행장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총애를 받던 정통 `삼성맨'이었던 점 때문에 기자들과의 대화는 자연히 삼성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황 행장은 "삼성 최고경영자(CEO)와 각료직 제의가 동시에 들어오면 어느 쪽을 택하겠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한 채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장관을 맡으라고 한다면 안하려고 할 것"이라면서 "삼성의 반도체 사업을 세계적인 규모로 키웠고 더이상 아쉬울 것이 없었던 진대제 장관은 예외적인 경우지만 삼성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정부에 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황 행장은 최근 삼성 사장단이 `삼성 공화국론' 등 삼성의 독주를 둘러싼 비판여론에 대한 대책을 논의한 데는 "고대 사건(고려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으려던 이 회장이 고려대 학생들의 시위에 직면한 사건)이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나름대로 분석했다. 황 행장은 "그동안 삼성은 세계의 넘버원이 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이제는 돌아볼 때도 됐다"면서 "아마도 90년대에 고대사건을 겪었다면 `섭섭했다'는 반응이었겠지만 이제는 좀더 사회에 기여하고 책임있는 기업이 되겠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것이며 그것은 결국 좋은 이야기"라고 밝혔다. 그는 재벌그룹 경영자 출신의 장단점에 대한 질문에 "여러 계열사의 장점만을 교육받을 수 있고 큰 조직에서 넓은 시야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점이지만 삼성의 경우 구조조정본부가 대(對)언론 또는 대정부 업무를 다해주다 보니 외풍에 약한 것이 흠"이라고 대답했다. 황 행장은 구체적으로 "삼성 사장은 언론이나 경찰, 국정원, 국회를 몰라도 구조본이 다 알아서 해준다"면서 "삼성에서 나와 은행장을 맡고 보니 인사와 대출청탁은 진짜 없으나 언론의 외풍이 가장 심하고 국회쪽도 아직 많이 바뀌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황 행장은 노조 역시 어려운 상대라면서 취임직후 누가 먼저 인사를 해야 하는지를 두고 노조와 신경전을 벌였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황 행장은 검찰 조사까지 받게된 철도청 러시아 유전개발에 대한 대출과 관련해서도 전후사정을 상세히 설명하면서 비리나 외압 의혹을 부인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