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서부 신장 자치구의 우루무치에서 투루판까지 이어지는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보면 광활한 벌판이 눈앞에 펼쳐 진다. 막대한 원유와 천연가스가 묻혀 있는 준가르 분지 유전지대다. 이 벌판에 빼곡이 들어선 시추기들은 쉴새없이 오르내리며 '검은 황금'을 끌어 올리고 있다. 현지 안내인은 "신장은 중국 최대의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 지대"라면서 "이곳 시추기 하나가 '고개'를 한번 까닥일 때마다 1만 위안(약1백25만원)의 돈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유전 개발만이 아니다. 신장에서는 지금 인접국인 카자흐스탄의 석유를 수송하기 위한 송유관 공사도 한창이다. 오는 12월 완공되면 연간 1000만t의 석유가 중국으로 이동한다. 옛 실크로드가 이제는 '검은 황금'을 끌어모으는 '오일 로드'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중국은 또 석유뿐만 아니라 천연가스와 석탄까지 쓸어 모으며 그야말로 에너지 자원의 '블랙홀'로 자리잡아 가고 있어 세계 경제에 엄청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 미국을 포위하는 중국의 세계 전략 해외 에너지 자원을 겨냥한 중국의 행보는 인접국을 넘어 세계 곳곳으로 뻗어가고 있다. 중국은 이미 세계 석유 소비 2위국이지만 경제성장 속도만큼이나 석유 수요가 급증해 미국의 전통적인 석유 공급선마저 넘보고 있다. 캐나다가 대표적이다. 중국 3대 국영 석유회사들은 석유를 확보하기 위해 일제히 이곳으로 진출했다.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는 최근 자회사를 통해 캐나다 앨버타주 오일샌드(油砂) 채굴권을 갖고 있는 현지 기업 MEG에너지의 지분 16.69%를 1억2100만달러에 인수했다. 오일샌드는 모래와 원유가 섞인 것으로 추출 비용이 많이 들어 예전에는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고유가 시대가 되면서 유망 에너지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캐나다 앨버타주 오일샌드에는 1조6000억 배럴의 원유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석유천연가스총공사(CNPC) 역시 계열사인 페트로차이나를 통해 캐나디언 오일샌드 트러스트에 투자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석유화학총공사(시노펙)도 1억5000만 캐나다달러를 투자해 캐나다 시넨코에너지와 함께 오일샌드 개발을 위한 합작사를 설립키로 했다. 앞서 페트로차이나는 최근 캐나다 2위의 송유관 업체인 엔브리지사와 오일샌드에서 추출한 원유를 송유관을 거쳐 오는 2009년부터 수입키로 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중국은 여세를 몰아 미국 안방까지 쳐들어갈 태세다. CNOOC가 미국 9위의 정유업체 우노칼 인수전에 뛰어든 것이다. 지난달 초 미국 2위 정유업체인 셰브론텍사코가 160억달러에 우노칼을 인수키로 한 상태지만 CNOOC가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미국이 주도한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두고 중국의 석유 보급로를 끊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상황이 반전돼 미국이 중국의 반격을 우려해야 할 처지가 된 셈이다. ◆ 중국의 자원(資源)외교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2003년 3월 취임 이후 방문한 국가는 18개국에 달한다. 중남미를 비롯 동남아 아프리카 러시아 호주 등 에너지자원 대국이 많다. 후진타오 주석은 지난해 11월 중남미 4개국을 순방하면서 향후 10여년에 걸쳐 인프라 시설 등에 3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안정적인 수입선을 확보할 수 있는 안전판을 마련했다. 중국은 러시아에도 120억달러 투자 방침을 밝힌 상태다. 중국은 또 미국이 적대적으로 대하는 이란과 수단에도 우방으로 접근하면서 실리를 챙기고 있다. 중국은 이란의 핵개발 문제가 심각해져 일본이 개발권을 갖고 있는 아자데간 유전사업에서 철수할 경우 대신 개발에 참여하는 방안을 이란 정부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시노펙은 작년 10월 향후 30년간 이란으로부터 석유와 천연가스 700억달러어치를 공급받기로 하는 계약서에 조인한 것으로 중국 언론이 전했다. 중국은 호주의 천연가스도 넘보고 있다. CNOOC 등은 호주의 고곤과 브라우즈 등 천연가스전 지분 인수를 검토 중이다. 중국은 해외에서 수입할 LNG(액화천연가스) 처리 기지를 15곳에 세울 예정이다. 이들 기지가 건설되면 연간 4700만t을 처리하게 돼 2010년에는 일본에 이어 세계 2위 천연가스 수입국이 될 것이라고 중국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