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을 시해해 사형당한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을 변호했던 강신옥 변호사가 31일 김씨가 쓴 한시인 '장부한'(丈夫恨)을 공개했다. '장부의 한'이란 뜻을 지닌 이 시는 '안하준령복백설(眼下峻嶺覆白雪) 천고신성수감침(千古神聖誰敢侵) 남북경계하처재(南北境界何處在) 국토통일불성한(國土統一不成恨)'으로 작성된 7언절구다. 번역하면 '눈 밑에 펼쳐진 험준한 고개에 흰 눈이 덮여 있어/오랜 세월의 신성함을 누가 감히 침범하랴/남과 북의 경계가 어디에 있으랴/국토의 통일을 못 이룬 것이 한이 될 뿐'이다. 강 변호사에 따르면 이 시는 1980년 2월께 김씨가 "오래 전에 지은 시"라며 면회온 자신에게 직접 적어주었던 것으로 당시 김재규의 심경을 표현하고 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