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수도 패션 상품." 병 모양의 '보틀캔'에 담긴 녹차,치어팩에 들어 있는 짜먹는 젤리 음료,오렌지 껍질 모양의 페트병을 용기로 사용한 오렌지 주스. 음료 업체들의 용기 디자인 경쟁이 치열하다. 제품 맛도 중요하지만 누가 먼저 소비자의 눈길과 손길을 사로 잡을 수 있느냐에 따라 승부가 판가름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핵심 고객층인 10~20대의 '감성트렌드'를 감안할 때 앞으로 음료 업체들의 디자인 차별화 경쟁은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동원F&B는 국내 처음으로 병 모양의 캔인 '보틀캔'을 용기로 쓴 녹차 음료 '차 애인'을 내놨다. 'NB(Nwe Bottle)캔'으로 불리는 보틀캔은 미국 일본 등에서 차세대 음료 용기로 각광받고 있는 신개념 용기. 일본에서는 삿포로맥주 등 주류 업체에서도 활용하고 있다. 현대적이며 고급스러운 느낌과 함께 물통 등으로 재활용 범위가 넓은 것도 장점.특히 일반 페트병과 달리 온장이 가능해 녹차 음료 용기로 적합하다. 그러나 가격이 비싼 것이 흠이다. 이번 동원F&B의 새 제품 가격은 2500원으로 비슷한 용량의 기존 페트병 제품보다 1000원가량 비싸다. 롯데칠성도 보틀캔 용기를 도입한 녹차 음료를 준비 중이다. 커피 전문 브랜드 쟈뎅도 '프레도'라는 원두커피 음료를 NB캔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웅진식품은 치어팩에 젤리 음료를 담은 '자연은 젤리'를 선보였다. 치어팩은 짜먹는 재미를 느낄수 있어 10대층이 좋아한다. 롯데제과가 아이스크림에 이 용기를 적용한 '설레임'으로 인기를 끌었으며 최근에는 음료수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광동제약의 '비타500'과 롯데칠성의 '비타파워' 등이 이를 활용했다. 재질이 부드럽고 마실 때마다 부피가 줄어 들어 보관이 쉽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또 용기째로 얼릴 수 있어 아이스크림처럼 먹을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한국코카콜라는 껍질을 벗긴 오렌지 모양의 페트병을 쓴 '미닛메이드 오리지날 오렌지 100'의 판매에 나섰다. 오렌지 형상을 통해 신선한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미닛메이드는 코카콜라 계열의 주스 브랜드로 국내에서는 이번에 처음 선보이게 됐다. 이 회사는 이에 앞서 지난해 페트병 손잡이 부분이 움푹 팬 '파워그립' 디자인의 '파워에이드'를 내놔 좋은 반응을 얻었다. 격렬한 스포츠 활동 뒤 소비자들이 한손에 잡기 편하게 인체 공학적으로 디자인된 것이 특징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 용기만의 이미지를 중심으로 광고를 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또 용기를 공 모양으로 만든 '환타미니볼'을 최근 출시했다. 한국야쿠르트의 '산타페 소울프레소'는 국내 최초로 고온 살균이 가능한 페트 용기를 사용했다. 기존 페트병과 달리 열 처리에도 안전한 고밀도 폴리에틸렌(HDP) 소재를 사용해 병째로 전자레인지에 데울 수 있어 컵커피와 캔커피의 단점을 모두 보완한 것이 특징.음료수 용기는 디자인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가치혁신'의 역할도 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캔커피 일색의 커피 음료시장에서 용기를 컵커피로 바꾼 '까페라테' 를 통해 연간 1천억원 규모의 컵커피 시장을 개척했다. 해태음료는 어린이 캐릭터 음료 '팬돌이'에 뚜껑을 잡아 당겨 먹게하는 PP(Push & Pull)캡을 적용,새로운 어린이 전용 음료시장을 열었다. 롯데칠성도 테트라팩을 쓴 '콜드주스'를 통해 냉동주스 시장을 선도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 맛은 대동소이해지고 소비자들의 감성 경향은 강화되고 있어 앞으로 음료업계의 디자인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