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경쟁정책이 화근이다." KT가 담합 혐의로 1100억원대의 사상 최대 과징금을 얻어맞자 통신업계에서는 곧장 이 말이 터져나왔다. 이번 담합사건의 이면에는 정보통신부가 주도한 유효경쟁정책이 있다는 것이다. 26일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반기엔 무선통신의 담합 여부도 조사키로 함에 따라 유효경쟁정책은 논란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후발 사업자를 보호해 경쟁체제를 갖춰야 하느냐,당장 선·후발 사업자들이 경쟁하도록 내버려 둬야 하느냐.유효경쟁정책을 둘러싼 공정위와 정통부,그리고 업계간 설전은 계속될 수밖에 없게 됐다. ○유효경쟁정책이란 정통부가 통신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하기 위해 선발 사업자를 규제하고 후발 사업자를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말한다. 정통부는 하나로텔레콤에 시내전화 사업을 허용하고 3개의 PCS 사업자를 선정하면서부터 유효경쟁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선발 사업자인 KT와 SK텔레콤에 대해서는 정부 승인을 받아야만 요금을 조정할 수 있게 했다. 시차를 두고 이동통신 번호이동성제를 도입한 것도 후발 사업자를 배려한 정책이다. 번호이동을 동시에 허용하면 가입자들이 선발 사업자로 쏠릴 수 있다. 이처럼 후발 사업자들을 직·간접으로 지원,경쟁을 활성화하고 경쟁체제를 정착시키는 것이 유효경쟁정책의 골자다. ○업계 반발 확산 업계는 과징금 산정 때 유효경쟁정책 부문을 제대로 반영해주지 않은 점에 대해 격분하고 있다. 각종 규제권과 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정통부가 후발 사업자 육성을 위해 사실상 요금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 또 몇몇 경우에서는 정통부 주도 하에 관련 업계 임원 등이 모임을 갖고 가격 유지 또는 조정에 서명하는 사례도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과징금은 취소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무선통신업체의 입장도 비슷하다. SK텔레콤의 경우 소비자들의 요금 인하 압력에 굴복하고 싶어도 유효경쟁정책 때문에 함부로 내릴 수 없는 입장이다. SK텔레콤이 요금을 내리면 후발 사업자들도 내려야 한다. 그렇게 되면 후발 사업자들은 수익성 악화로 휘청거리게 된다. 통신업체들은 이번 건은 공정거래법상 일반경쟁으로 보면 안되고 유효경쟁정책 테두리에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업계가 정통부에 대해 섭섭하게 생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효경쟁정책을 따른 결과가 이렇다면 정통부를 믿고 따를 수 있겠느냐는 것. 이런 점에서 무선통신에 대해 담합 조사를 하겠다는 공정위의 발표는 또 하나의 뇌관을 건드리는 셈이다. ○정통부 입장 정통부는 26일 공정위의 심사 결과에 대해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정통부는 이번 담합건은 정통부의 행정지도와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25일 공정위 최종 심결에 참여해 통신산업의 특수성과 경쟁 상황 등에 대해 설명했다"는 사실만 공개했다. 정통부는 또 행정지도가 있긴 했으나 문제가 된 담합건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며 한발을 뺐다. '담합에 대한 판단은 공정위 소관 사항이고 최종적으로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담합과 행정지도는 구분돼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