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중독증? .. 정치적 고려 연례행사...또 도마위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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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체 회복되지 못하는 경기에 불을 지피기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최근 국회 답변에서 "세입을 봐 가며 생각해 보겠다"고 밝혀 그동안 "추경예산 편성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하던 재정경제부의 공식 입장에 뭔가 변화가 있음을 시사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이미 연초부터 추경예산 편성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주무 부처인 기획예산처는 아직까진 신중한 입장이다.
변양균 예산처 장관은 25일 외신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추경예산 편성 여부를 묻는 질문에 "2분기(4~6월) 경제지표가 나오는 것을 본 이후에 판단할 것"이라며 "현재는 정부에서 할 수 있는 경기 대응 조치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변 장관은 "1분기 성장률이 2.7%에 그쳐 당초 예상보다 낮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지난달까지 지표를 보면 경기선행지수가 나아지고 있고 신용카드 매출액이 증가하는 등 내용 면에서 나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추경예산을 편성하려면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하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는 등 절차상 여러가지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도 덧붙였다.
하지만 민간 경제전문가들까지 추경예산에 익숙해 편성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서는 등 하반기 추경예산 편성은 거의 기정사실화한 분위기다.
이날 한국은행의 월례 경제동향간담회에 참석한 교수와 경제연구원장들은 "소비 등 내수 위주의 경기 회복이 기대에 못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추경예산 편성 등을 통해 재정 지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관을 가릴 것 없이 추경예산 편성론이 확산되는 데 대해 일각에선 재정에 의존해 성장률을 끌어올리려는 정부와 여당의 '추경 중독증'이 다시 도지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저런 명분을 들어 외환위기 이후 해마다 어김없이 추경예산을 편성해왔다.
매년 연초엔 경기 진작을 위해 재정 조기 집행에 나서면서 추경예산 편성 가능성을 강력히 부인하다 세수 부진 등으로 재원이 달리면 하반기쯤 슬그머니 추경안을 국회에 들이미는 식이다.
하지만 이렇게 편성한 추경예산은 대부분 저소득층 생활안정 지원,재해 대책 등에 쓰여 직접적인 경기 진작 효과는 크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올해는 세수 부족과 가파른 나라 빚 증가 속도,상반기 재정 집행 규모(100조2000억원) 등을 감안할 때 또다시 대규모 추경예산을 편성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예산처 고위 관계자는 "추경예산 편성은 사실상 정치적인 결정"이라며 "3조~4조원 편성해 봐야 경기 부양 효과는 크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재정적자 규모가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5조7000억원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당초 6조5000억원 적자재정을 편성했다가 국회에서 1조원가량 예산을 삭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도 연말 예산안 심의 땐 깎으려고 덤비지만 상반기가 지나면 거꾸로 정부의 추경예산 편성을 독려하는 판이다.
결국 정부로선 '지금은 아니다'라고 부인하지만 하반기엔 '어쩔 수 없다'로 귀착될 전망이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