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는 24일 우이(吳儀) 부총리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의 면담을 취소한 이유가 역사문제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의 태도 때문이라고 밝혔다. 쿵취안(孔泉)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이 관계개선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지도자들은 거듭 중일관계에 불리한 발언을 하는 바람에 면담 분위기가 사라졌다면서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태도를 강도높게 비난했다. 쿵취안 대변인은 면담취소 이유가 된 긴급한 공무가 무엇인지를 묻자 중국의 사자성어 '사본축말(捨本逐末:본말전도와 같은 뜻)'이라는 말로 중요한 것은 면담을 취소할 수밖에 없게 만든 일본측의 태도라는 점을 강조했다. 우이 부총리의 방일 기간 방문일정을 중단하게 만든 일본 지도자들의 거듭된 발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지난 17일 이후 중일관계를 해치는 일본 지도자들의 발언내용을 보도한 일본 언론매체들을 찾아보라고 말했다. 쿵 대변인은 이어 "항일전쟁이 8년간 진행되는 동안 3천여만명이 숨지고 직접적인 경제손실이 6천억달러에 달할 정도로 중국인들은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면서 과거사를 인정하지 않는 일본 정부에 분노를 표시했다. 그는 외국 지도자와의 면담일정을 갑자기 취소한 것은 외교관례상 결례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면담일정 취소에) 불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중국 인민의 감정에 상처를 입힌 것은 생각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며칠전 침략전쟁에 참전했던 91세의 일본인 노병이 과거사를 사죄한 사실을 들어가며 "어째서 일본 지도자들은 그렇게 하지 못하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쿵 대변인은 "역사는 시간이 오래 흘렀다고 잊혀질 수는 없는 것"이라면서 어째서 "일본의 침략자들"이 중국에서 저지른 죄상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베이징=연합뉴스) 박기성 특파원 jeansa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