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넛은 신촌대학생,케이크는 강남 직장인 기호에 맞춰야 장사가 된다.' '영패션은 강남대로로 이동했고, 양담배는 역삼동 야간업소에서 마케팅 성패가 좌우된다.'


먹거리에서부터 패션에 이르기까지 변덕스런 고객의 구미와 취향을 제대로 모니터링하는 것이 사업성공의 지름길. 이에 따라 소비자 니즈를 파악하는 안테나숍이 지역상권과 고객계층 및 연령대 등에 맞춰 새롭게 테스트 마켓지도를 그려가고 있다.


◆도넛은 신촌=미국 도넛 회사 크리스피크림은 지난해 12월 '코리아 1호점'을 어디에 낼 것인가에 대해 서울시내 상권지도를 펴 놓고 난상토론을 1주일이나 벌였다.


명동 롯데백화점과 신촌 두 곳이 물망에 올랐다. 현지 실사를 마친 미국 본사의 전문가 팀은 "도넛은 젊은 사람 입맛을 잡아야 한다"며 신촌을 낙점했다.던킨도너츠도 연세대점을 모니터링 숍으로 꼽는다.


지난 1월 초 던킨도너츠는 곡물도넛을 출시하면서 연대점의 반응을 살폈다.


고객들의 반응은 "조금 덜 달면 좋겠다"는 것.던킨도너츠는 당도를 줄여 총 339개 매장에서 곡물도넛을 내놓아 히트했다.


도넛의 안테나 마켓으로 신촌이 떠오른 데 대해 크리스피크림의 마케팅팀 이경민 주임은 "신촌은 늘 새로운 것을 찾는 20대 초·중반의 젊은 소비자 지역인데다 도넛은 대학생의 먹거리 문화를 대표하는 메뉴"라면서 "신촌은 안테나숍을 내기에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한 연대생은 "도넛은 개당 700~800원대로 비교적 '지갑이 가벼운' 대학생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케이크는 강남=선물용 '통케이크'에서 조각 케이크를 선호하는 문화로 바뀌면서 20~30대 여성 직장인들이 많은 강남권이 케이크 시장의 '성공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뚜레주르는 지난 4월 요거트생크림 케이크를 선릉점에 제일 처음 내놨다. 고객 반응이 좋아 전국 500여개의 점포에서 판매한 후로 단일제품으로는 매출 2위인 효자상품이 됐다.


파리바게뜨 역시 케이크류의 모니터 점포를 강남역, 교대역 등 강남권에 두고 고객 반응을 살피고 있다. 파리크라상의 전상민 대리는 "과거에는 케이크는 함께 나눠먹는 '행사용'이라는 인식이 많았지만 강남역 일대를 중심으로 베이커리 카페가 늘면서 혼자서도 간단히 즐길 수 있는 '간식용'으로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1만7000원대의 통케이크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1만원대의 미니케이크와 3000원대의 조각케이크는 강남권에서 '떴다'.뚜레쥬르의 마케팅팀 김영태 대리는 "조각 케이크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모니터링숍을 중심으로 케이크 데코레이션을 바꾸면서 고객들의 반응을 살핀다"고 말했다.


◆영캐주얼은 강남대로, 피자는 이대앞=지난 80년대엔 리바이스가 명동에서 출발했듯이 '영패션 1번지'하면 명동을 떠올렸다.


하지만 이제는 강남대로가 대신하고 있다. 2000년 12월 아이겐포스트를 기점으로 지오다노 후아유가 입점한 뒤 지난 4월에 후부가 강남대로에 매장을 열면서 영캐주얼의 메카로 부상했다."평일 유동인구가 40~50만명이 되는 강남대로에 대규모 매장을 여는 것이 요즘 패션 트렌트"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2000여개의 상가가 몰려있는 이대앞은 먹을 거리 유행지의 원조격이다. 스타벅스, 미스터피자 등이 1호점을 속속 열면서 이대앞은 외식 업체들의 시장 시험대로 자리잡았다. 레드망고 이대점 김선영 매니저는 "기성세대들은 4~5천원이 아까워 커피 한 잔도 마음대로 못마셨지만 20대 여성들은 그렇지 않다"면서 "이들이 새로운 문화에 쉽게 적응하기 때문에 이대앞이 최근 몇년 새 외식중심지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


고급유흥가가 형성된 역삼동 테헤란로 주변은 양담배 테스트마켓으로 정평이 나있고 고급레스토랑은 청담동 로데오패션거리와 맞닿아있다.


김현예 유승호 기자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