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주택가격 거품(버블) 가능성에 대해 경고하고 나섰다.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주택가치가 급락하면 주택담보 대출(모기지론)을 과도하게 보유한 가계는 물론 은행들도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 "FRB가 과열된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시중은행들이 신규 대출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일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주택경기 과열 징후 1995년 이후 미 부동산 시장은 주식과 채권 시장에서 별 재미를 보지 못한 시중 유동자금을 끌어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하며 최고의 투자처로 각광받았다. 전미부동산협회(NAR)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주택 구입자의 23%는 '투자용'으로 주택을 매입했고,13%는 '여가용'으로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년간 지속된 금리하락 국면에서 모기지론 금리가 과거 평균치(8%대 이상)보다 훨씬 낮은 5%대로 떨어지자 돈을 빌려 주택에 투자하는 사람이 늘었다. 지난 한해 미국에서 집행된 모기지론은 1조달러에 달했고,리파이낸싱(재융자) 규모 역시 3000억달러로 미국 전체 개인소득의 4% 수준에 육박했다. 수요가 늘면서 주택가격은 가파르게 치솟았다. 연방주택기업감독청(OFHEO)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주택가격은 평균 11% 올라 79년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 5년간 워싱턴DC 등 미국 내 주요 도시 집값은 최고 두배 이상 뛰었다.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네바다 등 인기 휴양지역의 경우 지난 1년새 가격이 25% 급등했다. ◆가계대출 부실화 위험 이처럼 과열 양상을 보여온 미국 내 주택 경기는 최근 FRB의 금리인상으로 급랭하기 시작했다. 전미주택건설업체연합(NAHB)이 발표한 4월 주택시장지수는 전달(70)보다 3포인트 낮은 67을 기록,최근 7개월새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지난달 대출금을 갚지 못해 융자회사에 압류된 주택은 2만8190가구로,전달보다 50% 급증했다. 특히 모기지론의 50% 정도는 변동금리 상품이어서 FRB의 금리인상은 가계대출 부실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비즈니스위크는 "90년 이후 미국 가계의 미상환 부채가 80%나 급증했다"며 "FRB의 금리인상으로 가계의 부채상환 부담이 늘어날 경우 개인파산이 속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 은행감독당국이 지난 16일 일선 은행 및 대출업체들에 "금리상승에 따른 가계대출 부실화 위험을 감안해 신규 대출시 심사기준을 보다 엄격히 적용해 달라"고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금리인상이 주택가격 버블 붕괴로 이어질 수 있어 FRB가 아주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