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우려대로 올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작년 동기 대비 2.7%라는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이같은 수치는 시장의 예상치 2.8%∼2.9%선보다도 소폭 낮은 것이기는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부진한 성장률 지표가 시장에 악재로 작용하기보다는 시장에 경기 바닥에 대한 인식을 강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며 '하반기 시장반등'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 호악재 겹친 시장..부진한 GDP에 '무반응'= 20일 증시 개장에 앞서 부진한 국내 총생산 소식이 전해지며 시장에 부담이 예상됐지만 종합주가지수는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날보다 2.53 포인트 상승 출발한 지수가 시간이 흐르면서 약보합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하락폭은 제한적인 모습이다. 연 이틀 상승하던 지수가 부진한 성장률 발표에도 소폭 조정을 받는데 그치자 오히려 시장 주변에서는 성장률보다는 전날 대규모 프로그램 매수세로 20포인트 이상 주가가 급등한데 따른 심리적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삼성증권 투자정보팀 오현석 연구위원은 이미 지난주 금융통화위원회 발표 당시 1.4분기 성장률이 3%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는 점을 지적하며 "부진한 성장률은 이미 주가에 반영된 상태라고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하반기 좀 더 나아질 것"= 1.4분기 성장률이 기대에 못미쳤다는 점이 공식 확인됐지만 시장의 관심사는 '과거지사'가 아닌 향후 경기의 움직임이다. 바꿔말하면 2.4분기나 하반기 경기지표가 확실히 반등한다는 전망이 시장의 컨센서스가 될 수 있겠느냐가 관건으로, 시장 전문가들의 다수 의견은 일단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쪽으로 모아진다. 대우증권 신후식 경제분석파트장은 "성장률 숫자는 예상보다 낮았지만 내용이 비교적 괜찮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며 특히 소비가 좋아지면서 내수가 어려운 상황을 지났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신 파트장은 "내수 회복추세가 이어지면서 2.4분기 수치는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환율과 유가 움직임이 안정세여서 수출만 크게 악화되지 않는다면 하반기 회복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GDP 성장률 발표를 계기로 투자자들이 시장이 바닥권에 도달했다는 인식을 갖게 되면서 강한 반등은 아니더라도 조금씩 하반기 장세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나가게 하는 모멘텀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당장 반등의 모멘텀은 되지 못해도 투자자자들이 경기와 시장의 바닥에 대한 인식을 갖게 되면서 저점을 조금씩 높여가는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외 변수. 현실-기대간 괴리감은 부담= 증시 전문가들은 "하반기는 더 나아질 것"이라고 입을 모으면서도 동시에 아직 시장이 연초와 같은 강한 반등 움직임을 보이려면 넘어야 할 장애물이 남아있다는 단서도 달고 있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경기는 2.4분기에 저점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그간 증시를 1,000선에서 900선으로 끌어내린 요인은 거시경기의 부진보다는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의 위안화 절상 가능성, 북한 핵문제, 그리고 기업들의 부진한 1.4분기 실적이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미 시장에서 예상했던 부진한 GDP 성장률보다는 아직 가닥을 잡지 못하는 이들 문제의 진전 상황에 주목하면서 조심스런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위원은 경기가 하반기에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더라도 최근의 주가 움직임이 거시지표에 의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시장에 부담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아무리 한국은행이 하반기에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증시가 향후 경기전망에 관심이 많다지만 최근 주가가 강세인 반면, 경제지표가 주가수준을 따라오지 못하고 괴리가 생긴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반기 경제지표가 1.4분기보다는 개선되겠지만 그 강도가 연초 기대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점도 과도한 낙관론에 제동을 거는 요인이다. 우리투자증권 황 팀장은 "1.4분기 GDP가 예상에 못미치면서 시장이 올해 전체 성장률도 낮아질 것이라는 시각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하반기 경기에 대해 낙관론을 내비친 대우증권 신 파트장도 "정부가 설정하고 있는 GDP 5% 성장은 너무 높은 목표"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최윤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