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이 추진 중인 증자계획에 대해 이 회사의 3대주주인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이 사실상 '중립'으로 돌아섬에 따라 교보의 증자 성사 여부가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섰다. 김 전 회장은 교보생명이 내달 중 열릴 정기주총을 앞두고 증자에 필요한 정관 변경을 위해 이달 초 소집했던 임시주총에서 자신의 지분 11%에 대한 의결권을 자산관리공사(KAMCO)에 위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가 하락 가능성을 들어 증자에 반대해온 KAMCO가 김 전 회장 보유 지분을 담보로 잡고 있어 지금까지는 의결권을 위임받아 행사해왔다. 16일 KAMCO와 교보생명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의 대리인인 석진강 변호사는 지난 3일 주총에서 의결권을 위임해달라는 KAMCO의 요구를 거부했다. 지난 99년 대우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김 전 회장이 이 주식을 담보로 맡긴 이후 의결권 위임을 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담보로 맡긴 지분이지만 주식 소유자가 주권을 행사하게 돼 있어 의결권 위임은 소유자 결정에 따르도록 돼 있다는 게 KAMCO측 설명이다. 석 변호사는 그러나 임시주총에서 김 전 회장 주식의 의결권을 교보에도 위임하지 않고 포기,결국 KAMCO의 반대로 의결정족수 67%를 채우지 못해 증자를 위한 정관 변경안은 부결됐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이 KAMCO에 위임하지 않은 것 자체가 교보생명에는 상당히 유리한 신호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현재 교보생명 주식을 갖고 있는 대주주는 신창재 교보 회장 등 특수관계인 58.2%,대우인터내셔널(KAMCO가 행사) 24%,재정경제부 6.2%,김 전 회장 11% 등이다. 교보가 자본 확충(증자)을 위해 정관을 변경하려면 전체 주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지난번 임시주총에서는 KAMCO가 기존 주식의 가치 하락 등을 우려,정관 변경에 반대한 바 있어 김 전 회장의 의결권을 위임받지 않고는 교보의 증자는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에 따라 교보와 KAMCO 모두 김 전 회장의 마음을 얻기 위해 상당한 물밑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트남에서 은둔 중인 것으로 알려진 김 전 회장이 교보생명 운명의 열쇠를 쥐고 있는 셈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