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분당에 사는 첼리스트 이모씨(28)는 지난달 서울 신사동에 있는 한 성형외과에서 오른쪽 가슴 확대수술을 받았다. 수술비는 900만원. 일반적인 유방확대술이 500만원 정도임을 고려하면 2배 가까운 액수다. 가슴쪽이 파인 연주복을 입고 무대에 자주 서는 이씨는 한쪽 가슴이 작은 일명 '짝가슴'으로 인해 불편하다고 느껴왔고 이를 감추기 위해 일명 '뽕브라'를 써보기도 했다. 이씨는 수술 후 이런 고민을 크게 덜게 됐다. 이씨는 수술 때 식염수팩과 실리콘팩 등 2중구조로 된 생체재료인 '더블루멘팩'을 선택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보통 식염수 팩보다 값이 훨씬 비싸지만 '촉감과 모양새가 낫다'는 의료진의 권유를 받아들였다. 서울 압구정동에 사는 주부 김모씨(45)는 최근 주름살을 펴는 수술에 1000만원을 투자했다. 주름살에 특수실을 넣어 처진 살을 당기는 '매직 리프트' 시술이다. 수술비가 이처럼 높은 것은 투입 재료로 금코팅 실을 사용했기 때문. 보통 실을 쓸 경우 절반 정도인 500만원이면 충분하다. 김씨는 '3∼4년 동안은 주름살 걱정 안해도 된다'는 의료진의 설명을 듣고 망설이지 않고 선택했다. 의료 분야에서도 최근들어 이처럼 일반적 수술과 차별화된 시술법을 택하는 '의료 명품족'이 늘고 있다. 일부 의료계에서 일반 재료보다 2배 정도 비싼 수입 생체재료를 쓰는 명품족 겨냥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어서다. '큰 맘 먹고 내 몸의 일부를 교체하는 일에 값비싼 재료를 쓰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는 심리를 파고든 마케팅이다. 의료 명품 열풍은 이씨나 김씨같이 미용성형술뿐 아니라 노화현상에 따라 바꾸게 되는 관절 치아 디스크 수술과 시력교정 등 여러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인공무릎관절 수술엔 기존 800만원대의 코발트크롬 소재보다 훨씬 비싼 1100만원대의 지르코늄 소재(스미스 앤네퓨사) 시술법이 등장,명품족들에게 큰 인기다. 시력교정에선 홍채에 인공렌즈를 넣는 600만원대 수술법이 나와 기존 200만원대의 라식,라섹 수술을 제치고 의료 명품족들의 눈길을 끈다. 또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은 건강보험을 적용하면 10만원 이내인 내시경검사보다 14배 비싼 140만원짜리 캡슐 내시경을 선보여 1주일에 한두 명이 이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의료 명품 마케팅은 여유있는 환자들의 심리적 만족을 겨냥한 측면이 높다"며 "일부 생체재료의 경우 가격대비 효과가 의문시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