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 동부 도시 안디잔에서 13일 오후 6시(현지시각)부터 우즈베키스탄 정부군이 시(市) 청사 앞 광장에 모여있던 시위대를 향해 총격을 가하면서 사태 진압에 나섰다고 러시아 언론들이 보도했다. 수백명의 정부군은 군용 트럭에 나눠 타고 광장에 도착해 시민들을 향해 무차별 사격을 가했으며 모여있던 수천명의 군중들은 갑작스런 공격을 받고 해산했다. 러시아 언론들은 이 과정에서 최소한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했다고 전했지만 훨씬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진압 작전은 시위대와 정부측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안디잔에 와있던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이 직접 명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안디잔 상공에서는 군용 헬기가 공중 작전에 나서고 있으며 거리 곳곳에서 검은 불기둥이 치솟는 등 전쟁을 방불케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우즈베키스탄 당국은 외국 TV 방송사들의 화면 송출을 금지해 러시아 TV들은 현장을 찍은 사진 3~4장만 보여주는 등 안디잔의 정황은 자세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특히 시 청사 안에는 시위대 100여명이 무장을 한 채 여성과 아이들을 인질로 붙잡고 정부군과 대치하면서 또다른 위기 국면을 맞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군대는 청사안 인질범들이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청사 주변을 차량으로 에워싼 채 내부 진입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 카리모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안디잔에 도착했지만 언론에 모습이 전혀 포착되지 않은 채 막후에서 협상을 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시위 주동자들은 정부측과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난항을 겪고 있으며 시위대들의 구체적인 요구 조건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 한편 우즈베키스탄 외교부는 이날 오전부터 "안디잔 상황을 모두 통제하고 있다"면서 소요 사태 확산을 극도로 경계하는 반응을 보였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우즈베키스탄 내정에 간섭하지 않겠다면서 안디잔 사태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공보실은 이에 앞서 시위대와 정부 보안군간 충돌로 9명이 사망하고 34명이 부상했다고 밝혔지만 일부 언론은 사망자가 최고 50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날 사건은 지난 11일부터 안디잔에서 반(反)정부 시위가 격렬해지면서 12일 밤 무장세력이 교도소를 습격해 재소자들이 탈옥하면서 비롯됐다. 이들은 13일부터 주민들과 합세해 '종교탄압 중지' '자유보장' '카리모프 정권 퇴진' 등을 외치며 시 청사를 점거하는 등 결렬한 시위를 벌였고 이에 정부 보안군이 시위대에 발포를 가하면서 사상자가 속출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김병호 특파원 jerom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