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3일 경제살리기에 주력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뜻에 따라 기업인에 대한 대사면을 단행했다. 이번 사면 조치를 내리는 데 지배구조 개선과 회계제도 정비 등 기업의 투명경영 노력도 일조했다는 점에서 향후 정부 경제정책의 변화 조짐도 엿보인다. ◆기업 투명경영 노력 인정 법무부는 이날 사면배경을 설명하면서 "기업지배구조 개선,회계제도 정비,집단소송제도 시행,엄격한 선거제도 도입 등으로 기업경영과 선거문화 풍토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고 밝혔다. 투명한 기업회계 관행이 정착되지 않은 시기에 저질러진 과거의 잘못으로 경제인들의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는 설명이다. 법무부는 또 "불법 대선자금 사건의 경우 기업인들이 대부분 정치권으로부터 먼저 요구받아 금품을 제공했다는 점도 감안했다"고 덧붙였다. 정치자금 비리 수사란 미명 하에 일방적으로 대기업만을 매도해온 종래에 비해 다소 진일보한 모습이다. 하지만 벌금형 선고자는 사면·복권 대상에 포함하지 않아온 그간의 원칙에 따라 대선자금 사범 중 벌금형을 선고받은 넥센 강병중 회장,두산 이재경 사장 등은 사면 대상에서 제외됐다. 지난달 29일 대법원에서 사상 최대인 23조원의 추징금이 부과된 강병호 ㈜대우 전 사장과 장병주 ㈜대우 전 사장,이상훈 전 전무 등은 추징금 미납으로,최태원 SK㈜ 회장과 손길승 전 SK그룹 회장은 형 미확정으로 사면 대상에서 빠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재계는 이날 사면을 크게 반기며 "이번 사면을 계기로 불법 대선자금 제공이나 분식회계 등과 같은 과거의 잘못된 관행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금원씨 사면은 논란거리 노무현 대통령의 오랜 후원자였던 강금원 창신섬유 전 회장이 사면 대상에 포함된 것에 대해선 논란이 많다. 강 전 회장은 회사돈 50억원을 빼내 허위변제처리하는 등 법인세 포탈과 배임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벌금 15억원을 선고받았다. 따라서 "개인비리 관련 경제인은 사면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이날 발표 내용과 앞뒤가 맞지 않는다.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 아니냐"는 법무부측 해명도 궁색하게 들린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큰 틀에서 봐달라"고 설명했다. 즉 대선자금을 제공한 것이 주된 혐의였고 배임,법인세 포탈 등은 대선자금 제공혐의를 밝혀내기 위해 강씨 주변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범죄들인 만큼 강씨도 '범(汎)대선자금 사범'군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강씨는 안희정씨로부터 받은 돈을 보관한 것이 유죄로 인정돼 처벌을 받았다"며 대선자금 관련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사면심사위원회 설치 등을 통해 대통령의 사면권을 견제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쪽으로 사면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