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주식위탁매매 중심의 영업방식에서 탈피,선진국형 투자은행(IB) 부문을 대대적으로 육성키로 하면서 너도나도 '한국형 골드만삭스'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속을 들여다보면 아직도 갈길은 먼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국내 대표 증권사인 삼성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지난 회계연도(2004년4월~2005년3월) 사업부문별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두 대형사의 작년 IB부문 수익이 전체 영업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도 채 안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삼성증권의 경우 지난해 채권인수와 기업공개(IPO) 주선,기업 인수·합병(M&A) 중개 등 핵심 IB부문에서 251억원의 수익을 올렸지만 이는 전체 순영업수익 5646억원의 4.4%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마저도 전년도에 비해 30% 이상 줄어든 수치다. 이에 반해 주식위탁매매를 통한 수수료 수입은 2454억원으로 순영업수익의 43.4%에 달했다. 우리투자증권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해 1조원 규모의 LG카드 증자 대행 등으로 IB부문 수익이 394억원에 달했지만 전체 순영업수익 4289억원에 비하면 10%도 안된다. 반면 브로커리지를 통한 수수료 수입은 전체의 44.1%에 이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다른 대형사들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며 "국내사의 경우 돈되는 IB부문에서는 자본력에서 우세한 외국계에 밀려 사실상 외국계의 용역수수료 정도를 얻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여기에다 최근 들어 국내 대형사들이 너도나도 IB부문 강화에 나서면서 경쟁이 심화돼 수수료가 턱없이 낮아진 것도 IB부문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현재 IB부문의 핵심분야인 M&A중개의 경우 국내 증권사가 받는 수수료는 전체 거래금액의 0.5%도 안된다. 삼성증권의 경우 지난해 채권인수와 IPO 주선,M&A 중개 등에서 모두 3조8700억원어치의 거래를 성사시켰지만 수수료 수입은 고작 거래대금의 0.64%에 그쳤다. 우리투자증권도 전체 IB부문 거래규모가 7조654억원에 달했지만 이로 인한 수수료 수입은 0.55%에 머물렀다. IB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현대 굿모닝신한증권 등 다른 대형사들도 지난해 이 부문 수익이 전년도에 비해 큰 폭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