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 화백의 유족은 10일 유족이 지금 소장하고 있는 이 화백의 그림은 모두 150점이라고 밝혔다.


미망인 야마모토 마사코(84ㆍ한국명 이남덕) 여사와 둘째 아들 태성 (56ㆍ일본명 야마모토 야스나리) 씨는 이날 오후 도쿄(東京)의 세타가야쿠(世田谷區) 내 태성 씨가 운영하는 표구전문점 타이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태성 씨는 경매에 내놓은 이 화백의 '물고기와 아이'를 위작이라고 판정하고 '이중섭 50주기 기념 미발표작 전시준비위원회'로부터 유족이 20-30점을 기증받아 유통시켰다는 의혹을 제기한 한국미술품감정협회(이하 감정협회) 관계자들을 지난달 25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런 가운데 이중섭의 그림 650여 점과 박수근 그림 2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는 소장자가 나타나 이중 50여 점을 언론에 공개하자 박수근 화백의 장남 성남(58)씨가 이 소장자를 명예훼손 협의로 고소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태성 씨는 "지난 2일 한국을 방문, 검찰에 '모 조직으로부터 그림을 받지 않았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제출했다.


또 검찰진술에서 소장품이 150점이라는 사실을 밝혔으며 소장품 중에는 전시가 가능한 작품도 있으며 사적인(private) 것도 작품으로 분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성 씨는 유족의 소장품 중에 유화도 포함돼 있느냐는 질문에 "유화는 없다.


캔버스에 그린 유화는 없고 질 좋은 두꺼운 종이에 그린 드로잉 작품은 있다"고 말했다.


태성 씨는 또 그동안 소장품과 관련해 말을 자주 바꾼 것에 대해 "이영진(이중섭 형인 이중석의 아들) 씨와 관련이 있다.


200-250점을 빌려줬지만 돌아오지 않았다.


또 유족이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고 알려질 경우 작품을 팔라는 번거로운 요구가 들어오는 것을 피하기 위해 소장한 작품이 없다고 말했지만 사태가 여기까지 이르러 검찰에서 확실하게 밝혔다"고 말했다.


이영진 씨는 유족에게서 넘겨 받은 이 화백의 그림들로 1979년 미도파화랑에서 대규모 이중섭전을 기획했다.


이영진 씨를 통해 한국으로 넘어온 정확한 작품 수를 묻는 질문에 마사코 여사는 "정확한 숫자는 모르고 그림과 편지가 같이 넘어갔다"고 말했으며 태성 씨는 "검찰조사에서 200-250점이 넘어갔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수채화는 기본적으로 넘기지 않았으며 그림엽서와 편지가 많았다.


유화도 넘어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마사코 여사는 이 화백이 얼마나 많은 그림을 남겼을 것으로 추정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잘 모르겠다.


한국에서는 300여 점이라고 하지만 그 이상의 작품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으며 태성 씨도 "유화는 거의 남아 있지 않고 사적인 작품은 많이 남아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진위논란 해소차 한국을 찾아 감정협회 감정위원들과 미술계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7월 중 서울에서 유족의 소장품 50여 점으로 이중섭 전을 개최하겠다고 밝힌 태성 씨는 구체 전시계획을 묻는 질문에 "서울에 있는 이중섭예술문화진흥회에서 연락이 올 것이다.


스케치화나 드로잉 작품을 균형을 맞춰 전시하겠지만 확실히 정해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태성 씨는 모친인 마사코 여사가 10여 년 전에 소장품을 자신에게 모두 맡겼다고 밝히고 "부친의 작품 중에는 좋은 작품도 있는 반면 '물고기와 아이'보다 떨어지는 작품도 있다"고 말했다.


유족은 "부친의 새로운 작품이 많이 나오면 수요와 공급 균형이 깨져 가치가 하락하겠지만 유족과는 관계없는 일이다.


소장자 중에는 작품을 많이 내놓지 말라고 충고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림시장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유족은 이와 관련, 이중섭이 대구의 과수원 내 작은 오두막에서 생활하며 그린 그림들과 유품을 소장하고 있다는 소장자가 이것을 유족에게 전달하고 싶다는 뜻을 부산의 한 신문사 간부 C씨에게 알려왔다는 소식을 부산의 일본 총영사로 근무하던 M씨로부터 1968-69년경 전해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태성 씨는 지난 2월 M씨를 만나 이 같은 일이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히고 "M씨가 그 작품들을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10-20점 수준이 아니라 굉장히 많은 수로 알고 있었다"면서 "어머니가 당시 큰 빚을 지고 있어 한국을 빈번히 왕래할 처지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중섭은 51년 1월 미도파화랑 전시후 대구로 내려가 같은 해 5월 대구 미국공보원에서 전시를 갖기 전까지 소설가 최태응이 마련해준 한 대구의 한 여관과 과수원에서 생활하며 그림을 그린 적이 있다.


한편 유족 뒤에 야쿠자가 개입해 있다는 소문이 한국에 나돌고 있다고 전해주자 마사코 여사와 태성 씨는 (어이가 없다는 듯) 큰 웃음을 터뜨린 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소문일 뿐이다"고 일축했다.


이 자리에서 유족은 또 진위논란의 와중에 있는 '물고기와 아이'에 대해 감정협회가 도상분석 결과 진작과 도상이 겹친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이 화백이 일본에 있는 두 아들에게 같은 양식의 그림들을 그려 자주 보내왔다면서 그림들과 함께 부쳐온 편지 세 통도 공개했다.


한편 태성 씨가 제기한 명예훼손혐의 고소건에 대해 감정위원인 최명윤 씨가 10일 검찰에서 조사를 받은 데 이어 송향선 감정협회 위원장 등이 차례로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도쿄=연합뉴스) 류창석 기자 kerbero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