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건강판정' 노인들도 실제론 '환자'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노인환자의 질병을 올바로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제대로 된 검사를 받았다고 가정하면 건강한 상태라고 판정받을 가능성이 있는 노인이 전체의 10%도 안될 것이지만 실제로는 상당수가 '모두 정상'이라는 소견을 받고 있다. 이는 의사들이 노인들의 눈높이에서 질환을 진단하려 하지 않고 노인병을 특정 질환의 하나로 진단할 수 있다고 자만한 탓이다. 노인병은 먹고 자고 움직이고 배설하는 일상적인 활동에서 나타나는 '기능장애'로 인식되어야 한다.
어르신들이 관절이 아프거나 잠을 잘 못자거나,식욕이 떨어지고 기운이 없거나,기억력이 떨어지고 숨이 차거나,거동을 삼가고 집에만 있으려는 증상을 보인다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럴 경우 혈액·소변검사 등 일반적 검사를 받아봐야 이상 소견이 나타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변화는 그 어떤 검사 결과보다도 노인의 질병진단에 더 중요한 참고가 되므로 때를 놓치지 않고 치료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이와 함께 노인은 생리반응이 현저하게 떨어져 젊은 사람처럼 분명한 증상이나 검사상 이상 반응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예컨대 폐렴에 걸려도 열이 잘 안나고 복막염이 생겨도 복통이 별로 심하지 않은 경우가 매우 흔하다. 또 노인은 젊은 사람에 비해 통증에 둔감하기 때문에 정말로 아픈 경우가 아니면 아프다고 잘 말하지 않는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가난과 정신적 소외로 우울증이 생기면 몸까지 불편해지는 경우도 태반이다. 상당수 노인이 만성 질병을 앓든 그렇지 않든 여러 가지 약을 복용하고 있는 경우가 흔한데 이는 노쇠한 각 신체장기에 복합적인 부작용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의사들의 지침을 받아야 한다. 윤종률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