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보상태를 못벗어나고 있는 동북아금융허브 계획과 한국 내 일각의 반(反) 외자 정서,까다로운 해외 채권발행 절차 등이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았다. 정부는 지난 주말 런던에서 한덕수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한국 경제 설명회(IR)를 갖고 금융개혁.개방 현황을 설명했지만 "구호만 앞서는 것 아니냐"는 등의 따가운 질책을 받았다. 정부는 9일 뉴욕으로 장소를 옮겨 월가 투자자들과 금융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2차 IR를 갖는다. ○"동북아 허브 진전있나" 한 투자자는 "1년전에 열렸던 한국 경제 설명회에서도 아시아 금융중심지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지금와서 보니까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며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 허브가 무엇이냐"고 꼬집었다. 한국을 동북아 금융의 중심축으로 육성하겠다는 구호만 무성할 뿐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게 무엇이냐는 것. 또다른 투자자는 한국투자공사 설립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를 묻기도 했다. 북핵 문제가 해결된 이후 예상되는 대규모 북한 지원에 따른 정부의 재정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없을 것인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부총리는 "한국이 북한을 개발하는데 필요한 자금의 상당부분을 떠안아야 하겠지만 한국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북한을 지원하기 위한 다자간 금융협력체 구성 필요성 등을 밝혔다. ○외국자본 차별 우려 쏟아져 다른 참석자는 "한국의 신용도가 최근들어 상당히 높아졌다"며 "한국 정부는 해외자본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아는데, 국내외 기업 동등대우 등의 구체적인 원칙이 있는지 밝혀달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최근 도입한 '5%룰(상장회사 주식지분 5%이상을 매입할 경우 보유목적 등의 보고를 의무화한 조치)' 등을 들어 외국자본을 차별 대우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일부 외국인 투자자들과 언론의 우려를 반영한 것. 브릿지증권 대주주인 영국계 펀드 브리지인베스트먼트홀딩스(BIH)의 앤드루 프레이저 이사는 "한국은 외국인 투자를 환영하고 적극적으로 유치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막상 투자자본을 회수하려고 하니까 제동을 걸고 있다"며 "정부와 노동조합이 투자금 회수에 장애가 되고 있는데, 많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비슷한 일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삼성물산 주가조작 의혹을 받았던 영국계 펀드인 헤르메스측은 이날 IR에서 침묵을 지켜 눈길을 끌었다. ○"회사채 발행여건 개선해야" 유럽 투자자들은 국내 자본시장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한 참석자는 "한국은 채권시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 상당수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렵다"며 "이 때문에 기업들이 해외에서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려 하는데 승인 절차가 너무 까다롭다"고 지적했다. 국내 채권시장의 문제점들을 개선하지 않으면서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들을 막는 것은 문제가 아니냐는 얘기다. 한 부총리는 이에 대해 "해외시장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해외에서 채권을 발행하는 것이 좋을 때가 있고 나쁠 때도 있다"며 "좋은 기업들이 채권을 자유롭게 발행할 수 있도록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고 말했다. 런던=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