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인구통계로 본 주가·부동산값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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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동산이나 주식과 같은 자산시장의 앞날을 예측하는 방안으로 인구통계학적 분석기법이 급부상하고 있다.
한 나라의 계층별 인구구성에서 자가소유 의욕과 안정된 노후를 위해 주식과 채권을 본격적으로 매입하는 소위 자산계층(좁게는 40∼50세, 넓게는 35∼55세)이 얼마나 두터우냐에 따라 부동산값과 주가가 결정된다는 것이 인구통계학적 분석 이론의 골자다.
만약 한 나라의 인구구성에서 자산계층이 두터우면 부동산값과 주가는 높게 형성되고,실수요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설령 금리인상과 같은 자산시장에 비우호적인 요인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부동산값과 주가는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도 현 자산계층이 은퇴하고 이후의 자산계층이 어떤 형태로 채워지느냐에 따라 부동산값과 주가의 미래가 결정된다고 보고 있다.
만약 은퇴하는 자산계층보다 이후의 자산계층이 더 두텁게 채워질 경우 부동산값과 주가의 상승국면은 지속된다고 보는 것이 이 이론에 근거한 자산시장의 앞날이다.
현재 자산시장의 예측에 관한 한 가장 정확하다고 평가받고 있는 미국의 해리 덴트와 와튼 스쿨의 제레미 시겔 교수가 2차 대전 이후 196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할 경우 미국의 부동산 시장과 증시가 장기공황에 빠질지 모른다고 잇따라 경고하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는 증가하겠지만 은퇴후 비용을 충당한 재원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문제로 보고 있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은퇴자들은 보유 부동산과 주식을 처분할 수밖에 없고,이 과정에서 부동산값과 주가는 떨어진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아직까지 미국처럼 은퇴후 삶의 수단으로 주식보유 비율이 적은 우리로서는 인구통계학적인 분석기법은 최소한 자가소유(특히 아파트) 시장을 예측하는데 아주 유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세대가 갈수록 자산계층이 더 두텁게 형성됨에 따라 아파트값이 한 단계씩 뛰었다.
그동안 부동산 대책이 실패한 것도 갈수록 두터워지는 자산계층의 자가소유 의지가 주요인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공급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한 대책이나 수요를 억제하는데 중점을 맞춰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출산률이 낮고 고령화 속도가 빠르다.
현 자산계층이 은퇴하면 이후의 자산계층은 급격히 얇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해 주는 대목이다.
한국의 아파트 경기는 현 자산계층의 은퇴가 마무리되는 2015∼2020년 이후에는 오랫동안 침체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결국 아파트는 중대형일수록 사두기만 하면 시기가 문제이지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아파트 불패신화'는 점점 임계점에 다가간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만큼 평생동안 번 돈과 빚을 내서 자가소유(특히 아파트 한 채)에 올인하는 우(愚)는 현 시점에서 경계해야 한다.
인생의 행복이란 가치판단의 문제여서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자가소유 이외의 많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인생에 행복을 주는 자가소유 투자규모는 자기 연봉의 4~5배 이내라는 점을 한번쯤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는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