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펀드, 중소형 빌딩에 군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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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펀드들이 중소형 오피스빌딩 시장에까지 눈길을 돌리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쏟아져나왔던 대형 오피스빌딩과 기업 매물 등의 ‘큰 사냥감’이 일단락되자 안정적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수백억원짜리 오피스 빌딩 등으로 관심분야를 넓히고 있는 것.
이에 따라 강남 여의도와 시청 등 서울 도심 지역 외에 분당 목동 등의 빌딩도 외국계 펀드들의 투자대상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독일계 등 20여개 펀드 활약
부동산 및 구조조정 회사를 경영하는 P사장은 요즘 심심치 않게 빌딩 매물을 찾는 외국계 펀드 직원들의 방문을 받고 있다.
방문객들이 과거와 달라진 점은 두 가지다.
우선 펀드 국적이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미국계 펀드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유럽 일본 대만 등에서 한국 부동산을 타진하는 투자자들이 부쩍 늘고 있는 것.
특히 두드러지는 것이 독일계 펀드들의 움직임이다.
작년 7월 서울증권 빌딩을 매입한 연기금 성격의 독일계 투자펀드 데카(Deka)와 뮤추얼펀드 형태인 디파(Difa),알리안츠 계열의 세계적 부동산 투자회사인 데기(Degi) 등이 대표주자로 꼽힌다.
자산관리공사(KAMCO) 관계자는 "이들 외에 대만과 일본의 은행계 사모펀드를 중심으로 중소형 오피스빌딩을 찾는 수요자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한국 부동산시장에서 크게 활약했던 론스타,싱가포르투자청(GIC),모건스탠리 등을 포함해 현재 투자처를 물색 중인 외국계 펀드는 20개 정도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 펀드의 투자 대상도 다양해지고 있다.
P사장은 "예전에는 시청과 강남 테헤란로 일대 연건평 5천~1만평짜리 대형 업무용 빌딩을 집중적으로 찾았는데 최근에는 광화문 분당 목동 등지로 투자 지역이 넓어졌을 뿐 아니라 5천평에 훨씬 못미치는 1백억∼3백억원대의 중소형 오피스빌딩으로 투자 대상이 다양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목표수익률 8%' 실속형 투자 증가
이같은 외국계 펀드들의 움직임에 대해 구조조정시장 전문가들은 외환위기 직후처럼 '대박형' 매물을 찾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특히 부동산의 경우 굵직한 기업들이 앞다퉈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시장에 매물로 내놓았던 '프라임 빌딩'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면서 작지만 개발이익 기대효과가 큰 중소형 오피스빌딩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럽과 아시아계 펀드들이 이같은 '실속형 투자'에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처 완공되지 않은 빌딩을 비교적 유리한 가격에 사들여 공사를 마무리한 뒤 임대 등을 통해 8% 안팎의 수익률을 올리는 등 전문성을 살린 투자기법이 동원되기도 한다.
이처럼 국내 자산운용사와 부동산펀드 등 토종 기관투자가 외에 외국계 펀드까지 빌딩 시장에 가세하면서 테헤란로와 시청 주변,여의도 등 요지의 경우는 매매가격이 올들어 최고 10% 이상 오른 곳이 적지 않다고 시장 관계자들은 전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