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석 ] ▷어윤대 고려대 총장 ▷지바오청 중국 인민대총장 ▷시라이 가쓰히코 일본 와세다대 총장 ▷스티븐 힐 영국 RHUL(Royal Holloway, University of London) 총장 사회 = 정규재 소장(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 -------------------------------------------------------------- ▲정규재 소장=대학의 경쟁력이 세계의 화두다. 대학의 경쟁력은 무엇을 말하는가. ▲스티븐 힐 총장=세계화 정도와 연구 성취도 등으로 평가할 수 있다. 우선 외국 학생과 교수를 어느 정도 유치하느냐를 들 수 있다. 각 학문분야의 연구 성과도 중요하다. 즉 과학분야라면 보유 중인 특허 숫자,SCI(과학기술논문색인) 논문 인용수,주요 기업과의 산학협력 등으로 측정할 수 있다. 다만 인문.사회과학은 비교가 어렵다. ▲지바오청 총장=대학이 국가와 사회 발전에 얼마만큼 기여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최우선적 지표다. 또 지식을 전수하고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는 능력과 국제적인 문화교류 능력도 중요한 경쟁력으로 평가될 수 있다. 중국은 큰 나라다. 고등교육이 발전하고 있지만 인구가 많다보니 아직도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선 대학이 나라와 경제발전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어윤대 총장=그동안 대학의 경쟁력은 국내 지표로만 측정해왔다. 즉 교육,연구,사회봉사 등의 측면에서 구체적으로 입학생의 우수성이나 졸업생,교수 인지도 등으로 학교를 평가했다. 그러나 5년 전부터 급격히 바뀌고 있다. 국제 순위들이 나오면서 세계적인 측면에서의 경쟁력을 재고 있다. 대표적인 지표가 교수 1인당 학생수와 과학분야의 SCI 논문수,그 학교에 얼마나 외부 학생·교수가 있는가 하는 3가지다. 그러다 보니 폐쇄적이던 일본 대학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반면 개방화에 앞장섰던 홍콩과 싱가포르 대학들은 부상하고 있다. ▲정 소장=세계 각국 대학의 경쟁력 수준을 어떻게 평가하나. ▲시라이 가쓰히코 총장=아시아를 보면 싱가포르는 일찍부터 세계화에 나서 활발히 외국학생을 유치한 결과 세계적인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작은 나라로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더라도 결과적으로 뛰어난 결정이었다. 중국은 국립대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하면서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특히 정부 지원으로 자금력이 탄탄한데다 캠퍼스 규모도 크다. 해외 유학을 다녀온 인재도 많아 가까운 미래에 세계 수준의 대학을 많이 보유할 것이다.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대학들은 국제적인 표준에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대학간 경쟁이 너무 심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어 총장=세계 대학은 그동안 미국,유럽 중심으로 발전해 왔지만 앞으로 5년 안에 중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만큼 급격히 부상할 것이다. 중국은 정부에서 몇 개 대학에 수조원을 집중투자하고 있어 엄청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상하이 푸단대에 가보니까 1백주년 기념사업을 하면서 33층짜리 쌍둥이 빌딩 등 33개 건물을 올리고 25만평 규모의 세 번째 캠퍼스를 뚝딱 짓더라. 학생 등록금을 받아 건물을 짓고 있는 한국으로선 경쟁이 불가능하다. 긴 동면에서 깨어나고 있는 일본 대학도 경쟁력을 키우고 있으며 호주나 뉴질랜드는 대학을 교육산업화해서 외부 학생을 끌어들이고 있다. ▲힐 총장=아시아 지역을 말하자면 일본의 경우 오랜 역사가 있고 유명한 대학이 많아 교육 허브로서의 경쟁력이 있다. 그러나 머지않아 중국 대학이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교육 중심지로 떠오를 것이다. 다만 중국은 인구가 워낙 많아 외부적인 허브가 되기보다는 유학 나가는 우수한 학생들을 잡는 국내적인 허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정 소장=대학들이 경쟁력 강화에 있어 어려운 점이 있다면. ▲시라이 총장=한국과 일본은 상황이 매우 비슷하다. 일본의 사립대는 국가 지원이 거의 없어 학생 수업료에 의존하고 있다. 하버드처럼 발전기금이 많지도 않아 재정문제가 항상 두통거리다. 뛰어난 연구대학이 되려면 돈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비용을 학생 수업료만으로 충당하는 것은 안 된다. 사회적인 비용인 만큼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힐 총장=영국은 15년 전만 해도 영국의 10여개 남짓,미국의 40여개 등 우수 대학들만이 제한된 경쟁을 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경쟁범위가 세계 규모로 넓어졌다. 최근 한국,일본,중국 등이 대학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다 보니 국제경쟁력이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그전에는 많은 돈과 노력 없이도 살아남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특히 영국 정부의 지원도 결코 많지 않다. 그래서 국제간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 소장=각국 대학들이 구조조정을 겪고 있는데 문제가 없나. ▲지 총장=중국은 1990년대 중반부터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 7백개 단과대학을 2백여개 종합대학으로 통폐합했다. 과거 지자체나 정부부처마다 하나씩 운영하던 단과대학을 경제발전의 수요에 맞춰 대규모 종합대학으로 개편한 것이다. 중국의 대학 구조조정은 시대요구에 따른 것으로 대학 발전과 교육의 질적 향상에 긍정적이다. 다만 대학 규모가 커지고 캠퍼스가 넓은 지역에 분산되다 보니 효율적 관리가 잘 안 되는 측면이 있다. 또 일부에서 구조조정이 규모를 키우거나 종합대학이 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 경우도 없지 않다. ▲시라이 총장=일본은 지난해 국립대를 독립법인화했다. 국립대는 향후 5년간 문부과학성 지도 아래 자신들이 낸 계획에 따라 평가받는다. 계획에 따라 80개 국립대의 경영방식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사립대는 더 큰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학생수가 줄면서 입학생이 30∼40% 미달되는 대학도 많다. 일본 정부의 정책은 '완전 자유경쟁'으로 대학 설립기준을 오히려 더 쉽게 만들어 놓았고 5년마다 평가를 실시해 공표한다. 사립대는 충분한 재정지원 없이 발전해야 하기 때문에 경영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대학 총장으로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진 분들이 필요하다. 정리=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