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50대에 접어든 A씨는 최근 15년여만에 이사를 가면서 웬만한 살림살이를 새로 장만했다. 가구와 TV, 오디오 등은 대부분 바꿨는데 몇가지 더 사야할 품목들이 남아 있어 고민에 빠졌다.


고교 2학년인 딸은 디지털카메라를, 중학교에 들어간 아들은 휴대폰을 사달라고 연초부터 계속 졸라대고 있어서다. A씨 자신도 이사한 김에 노트북PC를 한대 장만하려고 생각하고 있던 터였다.


전에 있던 데스크톱PC는 ‘구시대의 유물’이나 마찬가지여서 이사올 때 버렸다.대신 노트북을 사는 게 나을 듯 했다.




게다가 아내 P씨의 생일도 얼마남지 않아 그녀가 평소 출근길에 어학 학습용과 음악 감상용으로 겸해서 쓸 수 있는 근사한 MP3플레이어도 하나 사주고 싶었다.


'흠… 돈이 만만찮게 들어가겠군….' A씨는 안 그래도 이사하느라 목돈이 들어간 터에 갑자기 지출이 불어날 것을 생각하니 걱정부터 앞섰다.


그러던 중에 A씨는 우연히 회사에서 신문을 보다가 요즘엔 대부분의 디지털 기기가 '가격 파괴 바람'으로 인해 엄청나게 싸졌다는 기사를 읽게 됐다.


실제로 인터넷으로 가격비교 사이트와 쇼핑몰 등을 통해 검색해 보니 정말로 제품들도 많을 뿐더러 가격도 저렴했다.


인터넷으로 열심히 뒤져 정보를 찾아낸 뒤 딸,아들과 함께 용산전자상가에 들러 '가격 대비 성능'을 감안해 요모조모 꼼꼼히 따져봤다.


이렇듯 철저한 사전 점검을 거친 뒤 A씨는 차근차근 예산을 잡아봤다.


우선 노트북PC는 90만∼1백만원대면 고급형은 아니더라도 제법 쓸 만한 제품을 고를 수 있었다.


이 정도 가격대면 하드디스크 40GB에 메모리 2백56MB,무선랜,DVD 콤보드라이브 등 갖출 것은 다 갖추고 있다.


중국산이나 일본산 저가 노트북PC는 70만원대도 있지만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래도 애프터서비스(AS)가 원활하게 이뤄질 것 같지가 않아서였다.


그래서 브랜드 인지도도 있고 가격은 90만원대 후반으로 저렴한 S사 제품으로 정했다.


A씨 자신이 최고급 사양을 갖춘 노트북을 구매할 정도로 PC를 자주 이용하지는 않는 편이기 때문이다.


디카는 5백만 화소 제품도 20만∼30만원대면 살 수 있을 정도로 가격이 저렴했다.


6백만이나 7백만 화소 디카는 가격대가 50만∼70만원대로 부담이 됐지만 5백만 화소 제품 가격은 절반 수준이었고,4백만 화소 제품은 10만원대도 나와 있었다.


대부분 모양도 작고 깜찍했다.


A씨는 약간 고민을 하다가 딸아이가 대학생이 돼서도 쓸 수 있도록 몸체도 날씬하고 촬영 모드도 다양한 30만원대 중반 제품으로 골랐다.


MP3플레이어도 10만원대면 실속형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모 전자상가에서 만난 한 가게 주인은 "작년만 해도 플래시 메모리 타입의 MP3플레이어는 5백12MB 용량이면 20만원대였는데 올해는 10만원 초반대로 가격이 뚝 떨어졌다"며 "2백56MB 제품은 잘 팔리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디자인까지 신중하게 살펴본 뒤 12만원짜리 5백12MB짜리로 낙점!


마지막으로 아들에게 사줄 휴대폰이 조금 문제였다.


어디를 가봐도 '좀 있어보이는' 제품은 50만∼60만원은 족히 됐기 때문이다.


아들이 카메라와 MP3플레이가 기본적으로 장착된 휴대폰을 원하는데 그런 종류의 제품들은 대부분 비쌌다.


결국은 아들한테 '어떤 제품이 좋으냐'고 직접 물어봤다.


그랬더니 기억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음악을 내장한 '학습 멜로디 휴대폰'을 사달라고 했다.


집중력을 강화하는 뇌파인 '알파파'가 나오게 해주는 기능성 음악 세 가지를 담은 제품으로 MP3플레이어와 30만화소 디카 등을 갖추고 있으며 길이 8.5cm,무게 85g의 '초미니폰'이다.


가격도 30만원대로 적당했다.


이렇듯 A씨 가족 4명이 필요한 제품을 다 합해도 1백60만원 남짓한 예산이면 충당할 수 있었다.


가격 대비 실속이 넘치는 구매라는 점에서 만족한 A씨는 발걸음도 가볍게 PC 앞으로 가서 인터넷 쇼핑몰에서 디카와 MP3플레이어를 사기 위해 주문을 냈다.


그리고 휴대폰과 노트북은 자주 가는 전자상가에 직접 사러 가기 위해 채비를 갖췄다.


"자,얘들아! 쇼핑하러 가자!"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