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네트워크 서버를 잡아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가정 내 모든 전기 통신 기기들을 디지털 네트워크로 한데 묶는 홈 네트워크의 컨트롤타워가 되는 서버를 선점하기 위한 '거실 전쟁(Living Room War)'이 치열해지고 있다.
홈 네트워크가 구축되면 집밖에서 휴대폰으로 거실 실내온도를 조절하는 것은 물론, 집안에서 리모콘 하나로 방금 찍은 사진을 TV 모니터에 올려 편집하거나 PC로 내려받은 음악파일을 홈씨어터로 듣을 수 있는 등 디지털 엔터테인먼트가 가능해진다.
홈 네트워크의 핵심인 서버를 선점하기 위한 전쟁은 관련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 리서치기관인 오범에 따르면 이 시스템을 갖춘 가정은 세계적으로 지난 2003년 말 현재 2천2백만가구에 달하며 2008년에 이르면 1억3천1백만가구로 6배 가까이 확대될 전망이다. 또 홈 네트워크 관련 기기 시장 규모는 2003년 2백5억달러에서 2004년엔 2백24억달러로 커진 데 이어 올해는 2백34억달러로 계속 성장하고 있다.
◆다양해지는 서버
홈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서버는 케이블TV업체들이 미는 셋톱박스와 PC메이커들의 엔터테인먼트 PC에 이어 최근 가전업체들이 속속 상용화에 성공하고 있는 인터넷 냉장고,게임기,DVD플레이어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케이블TV가 서버를 주도할 것으로 내다보고 보다 진화된 셋톱박스 개발에 나서고 있다. 미국 통신회사인 SBC나 버라이즌은 인터넷TV(IPTV) 플랫폼을 도입,방송과 통신,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융합을 시도하고 있다.
리서치업체인 가트너의 부사장이자 연구소장인 반 베이커는 "홈 네트워크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어떤 서버가 컨트롤 타워의 표준이 되느냐는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셋톱박스 한발 앞서
홈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는 업체들은 모두 강점과 약점을 갖고 있지만,전문가들은 현재 미국 컴캐스트나 타임워너같은 케이블TV 업체가 한발 앞서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케이블TV 업체들은 미국의 경우 이미 수백만 가구에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제공 중이다. 최근 10년 간 디지털 네트워크로 망을 교체하는 데 9백억달러에 달하는 투자를 해온 것이 시장선점 효과를 낳고 있다. 최근 컴캐스트와 타임워너가 아델피아란 미국 케이블 업체를 1백76억달러라는 거액에 인수한 최근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케이블TV의 약진에는 통신업체들의 지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전화회사인 SBC의 경우 앞으로 3년 간 40억달러를 투입,1천8백만 가정에 광케이블을 깔 계획이다.
◆PC?가전업체들의 추격
PC 제조업체들도 서재에 있던 PC를 거실 한가운데로 끌어내기 위해 MS의 미디어센터 OS(운영체제)를 채택한 엔터테인먼트 PC를 서버로 개발하느라 여념이 없다. 미디어센터 PC는 DVD 시청,사진 동영상 편집,비디오 감상 등을 TV화면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튜너까지 달면 PC는 TV 셋톱박스,또는 DVR(디지털비디오리코더) 역할까지 한다.
미디어센터 OS가 개발된 2002년 이후,HP 델 게이트웨이 등 PC업체들은 전세계적으로 1천5백만대의 미디어센터 PC를 팔아 시장선점의 기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미국 새너제이의 애널리스트 반 엔더르는 "PC 자체가 복잡해 사고날 기회도 더 많다"며 다른 디지털기기와의 충돌 가능성을 우려했다. 또 게이트웨이가 빌트인 TV튜너와 미디어센터 PC를 1천달러에 팔 정도로 값이 비싸다는 점도 흠이다.
가전업체들도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인터넷 냉장고에 이어 소니의 PS2 같은 콘솔용 게임기가 강력한 서버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자녀를 위해 PS2를 장만한 가정에서는 DVD 재생기 기능을 갖고 있는 PS2로 DVD를 시청하고 있다.
이들의 경쟁력의 원천은 소니 파나소닉 필립스 파이어니어라는 인지도 높은 '브랜드'다. 부팅하는 데 시간도 걸리지 않고 작동도 복잡하지 않다는 점이 장점이다.
전문가들은 "엔터테인먼트 홈네트워크 시장이 향후 10년 내 IT 혁명의 총아로 떠오를 것"이라며 "주력 서버의 표준화가 앞으로 1~2년 내에 가닥을 잡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