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세계시장 점유율 3위인 삼성전자가 1위인 노키아와 혈투 끝에 역전승을 거뒀다. 영국 명문 축구 클럽 첼시의 공식 스폰서십을 따내려고 4월초부터 삼성전자, 노키아, 지멘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피말리는 접전을 벌였다. 하루에도 몇번씩 엎치락뒤치락, 승패를 예상할 수 없는 협상이 이어졌다. 협상은 지멘스의 중도탈락으로 2파전으로 좁혀졌다. 지난 18일 삼성전자와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됐던 첼시가 갑자기 방향을 선회했다. 노키아의 강력한 로비를 받은 러시아 출신 임원이 삼성전자와 후원계약 체결에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었다. 계약 포기를 검토하던 삼성전자는 `기도하는 심정'으로 막판 설득에 나섰다. 노키아는 유럽에서는 강자이지만 미국에서는 모토로라에, 아시아에서는 삼성에 밀리고 있음을 부각시켰다. 노키아는 휴대전화만을 만들지만 삼성전자는 휴대전화에서 반도체, TV, 카메라 등을 제작하는 종합 전자업체임을 역설했고 마침내 삼성전자, 노키아 반반으로 나워졌던 이사회의 무게중심이 삼성전자로 쏠렸다. 26일 런던 시내 풀햄의 첼시구장에서 공식 후원 계약을 체결한 피터 캐년 구단장은 "삼성전자는 단순한 스폰서가 아니라 동반자"라며 "삼성전자와 함께 전세계에 첼시 팬들이 넘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계 48개국에 93개 지사를 두고 12만3천명을 고용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글로벌 마케팅 능력과 브랜드 파워가 중요시됐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 왜 삼성전자인가 = 기자회견장에서 제일 먼저 나온 질문은 `왜 삼성전자인가' 하는 것이었다. 캐년 사장은 이에 대해 "이유는 간단하다. 삼성이 글로벌 브랜드 파워를 가졌기 때문이다"고 대답했다. 유럽은 물론 아시아, 미주, 중남미, 동구권 모두에서 강력한 브랜드 파워와 마케팅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유럽 축구 클럽에서 세계의 축구 클럽으로 도약을 시도하는 첼시의 가장 적절한 파트너라는 설명이었다. 물량확대에 집착하지 않고 높은 평균 판매가격을 고수하는 프리미엄 마케팅 전략을 고수하는 삼성전자와 부유층 팬이 50%를 넘는 런던의 명문 축구 클럽 첼시의 브랜드와 이미지가 부합한다고 그는 밝혔다. ◇ 왜 첼시인가 = 삼성전자에는 왜 첼시를 선택했느냐는 질문이 던져졌다. 삼성전자 유럽법인 대표인 김인수 부사장은 삼성전자와 첼시가 성공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올 해로 창단 100주년을 맞이한 첼시는 지난 2003년 러시아 석유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구단을 인수한 후 욱일승천의 기세로 유럽 축구의 최강자로 부상했다. 프리미어리그 1위에 올랐고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강력한 우승후보가 됐다. 다음으로는 첼시의 국제성이 지목됐다. 첼시의 감독은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을 이끌었던 포르투갈의 조제 무리뉴 감독이다. 선수들은 14개국 24명으로 구성돼 있다. 유럽과 아프리카, 러시아를 망라하고 있다. 세계적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노리는 삼성의 마케팅 전략과 부합하는 선수단 구성이다. 여기에다 첼시는 런던이라는 대도시를 연고지로 하기 때문에 세련되고 젊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삼성의 디지털 제품의 이미지와 유사하다. ◇ 왜 축구인가 = 삼성전자는 5천만파운드를 지급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첼시 역사상 최대의 스폰서십 계약이다. 삼성전자는 이런 엄청난 돈을 지불하고 축구 클럽을 후원하게된 이유에 대해 "축구는 유럽인의 삶의 일부다. 유럽을 알려면 축구를 알아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자동차 경주인 포뮬러 원과 테니스, 골프 시청률은 30%대이지만 축구 시청률은 70%다. 축구경기가 있는 날이면 유럽의 술집은 축구 마니아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유럽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삼성전자가 소비자들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사랑과 신뢰를 받으려면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축구가 최선의 도구가 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AEV(Advertising Equivalent Value. 총미디어노출 광고환산지수)라는 전문용어를 들어 설명했다. 첼시는 연간 평균 60게임을 소화한다. 작년 한 해 전세계 2억5천만명이 첼시의 경기를 시청했다. 이를 AEV로 환산하면 연간 광고효과만 6천200만달러라는 계산이 나온다. (런던=연합뉴스) 이창섭특파원 lc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