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국수는 가장 한국적인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홀대받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막국수의 '막'자를 '거친', '닥치는 대로'란 뜻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막'자는 '방금 만들어낸', '바로 뽑은'것이란 뜻으로 해석해야 옳다.


막국수를 대표 메뉴로 내놓고 있는 전통의 맛집 두 곳을 소개한다.


◆강계봉진막국수(031-882-8300)=1975년 허허벌판이던 경기도 여주 천서리에 문을 열어 그 일대를 막국수촌으로 만든 원조집이다. 평북 강계가 고향인 강진형씨(83)가 평소 즐겨 먹던 막국수를 만들어 팔았는데 인근 군부대 장병들의 입소문을 통해 전국에 알려지게 됐다. 이 집 막국수의 특징은 맵다는 점이다. 경북 영주 출신인 아내 유영필씨(63)가 청양고추를 가미해 개발한 매운 양념을 쓴다.


막국수 위의 빨간 양념을 자장면처럼 비빈다.


그러나 비빔국수나 함흥냉면처럼 면발이 빨갛게 변하지 않는다. 좀 싱거워 보인다고 해서 딸려나온 양념을 첨가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러면 나중에 매워 혼난다. 한 입 먹으면 매운지를 잘 모른다. 먹을수록 뒷맛이 살아나며 목 부위가 칼칼해져온다. 갈수록 그 매운 강도가 강해지지만 젓가락을 놓을 수가 없다. 과일과 야채로 만든 시원한 동치미 국물은 막국수와 찰떡궁합이다. 진한 사골 육수도 입맛을 돋워주는 데 그만이다.


메밀이 95%이고 나머지 5%는 고구마전분을 쓴다. 3그릇 이상 주문할 경우 메밀을 1백%로 해달라고 하면 같은 값에 해준다. 동치미 국물을 부은 물막국수를 찾는 사람도 많다. 모두 한그릇 5천원. 면이 2배인 '곱배기'는 6천원이다. 편육(8천원) 맛도 기막히다. 삼겹살 부위인 듯한데 부드럽게 녹는 맛이 일품이다. 막국수 위에 편육을 얹어 먹으면 금상첨화다.


◆춘천막국수(02-2266-5409)=서울 지하철 2호선 을지로4가역 1번출구를 나와 골목으로 들어서자마자 있는 곳이다. 62년 춘천 명동 중앙시장 근처에서 출발했으며 71년 지금 자리에 터를 잡았다. 서울에서만 올해로 만 34년이 됐다. 사실상 춘천막국수를 서울에서 처음 시작한 원조집이라 할 수 있다.


막국수 한 그릇이 3천원으로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이렇게 싼 음식을 먹기도 드물다. 탑골공원으로 가시는 할아버지들이 이 곳에서 점심을 자주 사먹다 보니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다. 둘이서 막국수 한 그릇씩 먹고 바삭바삭한 맛이 일품인 녹두빈대떡(4천원)을 추가해 시켜도 1만원이면 충분하다. 그래도 양이 부족하면 사리(1천원)를 추가하면 된다.


막국수는 채 썬 무,다대기를 곁들인 양념과 닭고기가 웃기로 얹어 나오고 동치미 국물이 가득 든 주전자가 딸려 나온다. 양념에 비벼 먹거나 시원하게 먹으려면 동치미 국물을 부어 먹는다.


은은한 메밀향이 좋고 입으로 전해지는 감촉도 좋다. 약간 싱거운 듯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진다. 반찬으로 나오는 열무김치도 아삭아삭 씹히면서 입안을 즐겁게 한다.


막국수에 겨자 식초 등을 첨가할수도 있지만 나온 그대로 즐기는 것이 낫다. 동치미는 지난 가을에 담근 것으로 시지 않고 달콤하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