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서도 컴퓨터 CD 한장으로 암과 당뇨를 40분 만에 검사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포항공대 정보통신대학원 유재천 교수는 일반 CD 형태의 진단용 CD에 혈액 몇 방울을 집어넣어 컴퓨터 디스크 드라이브에서 돌리면 간암 전립선암 대장암 췌장암 난소암 등 5대 암과 당뇨병의 진단 결과를 컴퓨터에 보여주는 디지털 바이오 디스크(DBD)와 DBD 드라이브를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지금까지 암 1차 검진을 할 때 혈액에서 혈청이나 혈장 성분을 분리,분석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값비싼 의료기기인 원심분리기가 필요했다.


유 교수는 CD 드라이브가 작동할 때 고속 회전을 한다는 것에 착안,CD 드라이브를 원심분리기로 활용하는 기술을 이번에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DBD 표면 주입구에 혈액 2∼3방울을 넣은 후 일반 CD를 작동시키는 것처럼 DBD 드라이브에서 돌리면 혈청이 분리되고 이 혈청이 DBD 속 진단키트와 반응해 질병을 검사해 주는 방식이다.


진단키트는 지표 단백질 5종이 혈액과 반응할 수 있도록 특수한 화학공정으로 설계돼 있는 게 특징이다. DBD는 일반 컴퓨터의 CD와 거의 유사하지만 별도의 혈액 주입구를 갖고 있다.


유 교수는 "이 시스템은 정밀 검진에 앞서 1차적으로 암이나 당뇨를 간편하게 검사하는 데 활용된다"며 "표본 시험 결과 병원에서의 건강검진과 비슷한 90% 이상의 정확도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질병 검진 자체는 의사가 해야 하기 때문에 인터넷을 통해 검사결과를 병원에 전송할 수 있도록 했다"며 "특히 시간이나 지리적 여건 등의 이유로 건강검진이 쉽지 않았던 사람들도 짧은 시간 안에 저렴한 비용으로 진단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 교수는 1차 임상시험 및 상품화 작업을 마쳤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승인을 받아 케이디미디어㈜를 통해 내년 상반기쯤 시판에 들어갈 계획이다. 1회용인 DBD 가격은 2만원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