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이 삼성전자를 제외한 모든 계열사의 등기이사 직에서 사임키로 한 데 대해 시민단체들이 책임경영의 포기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자 삼성이 적극 해명에 나섰다. 시민단체들은 21일 이 회장의 등기이사 사임은 집단소송제를 피하기 위한 결정이자 후계 구도를 위한 포석이라며 삼성의 결정을 비판했다. 특히 참여연대 등은 김대중 정부 시절 대기업 지배주주의 책임경영 원칙을 명시한 '5+3원칙'을 폐기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삼성은 이 같은 해석에 대해 "이 회장이 등기이사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경영을 책임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회장이 이사직을 맡지 않아도 그룹 회장으로서 경영에 관여하고 책임도 진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특히 "이 회장이 등기이사를 사임하려는 것은 형식적인 등기이사 제도를 실질적으로 환원하기 위한 것"이라며 시민단체의 주장을 일축했다. 등기이사 제도가 기업 총수의 계열사에 대한 책임경영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이긴 하나 사실상 이 회장은 등재만 됐을 뿐 이사회 참석 등 실질적인 경영 참여는 없었다는 설명이다. 구조본 관계자는 "결국 여러 계열사의 등기이사를 맡기보다 그룹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의 등기이사만 맡아 내실 경영을 하겠다는 게 이 회장의 뜻"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이 회장의 계열사 이사직 사임에 대해 "좀더 지켜보고 판단할 일"이라면서도 "이 회장이 이사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사실상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면 모르겠지만 일단 이사회에서 손을 떼고 삼성전자 경영에만 전념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